남녀평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다
이 곳에 온지 한주가 흐르고 나는 그동안 중국과 덴마크 친구들과 가족처럼 친해졌다. 특히 덴마크 친구들과 나는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학교가 북경 도심에서 멀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같이 공부하고 항상 같이 놀고 항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나도 덴마크 친구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덴마크 친구들과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무심코 이용하던 화장실이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장실을 보았는데 일반적인 화장실 남녀가 그려진 표식이 없었다. 화장실은 남녀 표식이 없이 작은 5개의 방으로 구성된 화장실로 되어 있었다.
나는 당황하여 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옆에 덴마크 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화장실에 남녀 표시가 없어, 공사중인건가 아니면 원래 없는건가 알수가 없는데 이게 혹시 너희들 문화야?"
그러자 그 친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덴마크 화장실은 원래 남녀 표시가 없어, 네가 본 곳이 정상적인 화장실이 맞아. 남녀 구분없이 화장실을 사용하는거지"
덴마크에서는 남녀평등을 위해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남녀 구분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조그마한 몇개의 미니 화장실을 만든 것이다. 나는 덴마크 친구의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공공장소에서 여성 전용 주차장 같이 여성 전용이 많고 화장실은 당연히 남녀가 확실히 구분되어있다. 요즘 여성 안전과 몰카 이슈 등으로 인해 이러한 구분은 오히려 더 정착화 되어 가고 있다. 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한 이러한 우리나라의 정책을 어느 정도 지지한다. 여성 안전과 몰카 이슈는 덴마크 여성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지는 계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덴마크에서는 화장실 몰카 사고가 없는건가....'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 남녀 평등의 방식이었다.
어느 국제기구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의 대인신뢰도 지수는 거의 80%를 육박하고 있다고 했다. 덴마크는 즉 타인에 대한 신뢰, 즉 남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으며 이는 남녀간의 신로 또한 높다고 가정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대인신뢰도가 40% 정도로 34개 조사 국가들 중 17번째였다. 우리나라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남녀 간의 신뢰도가 낮다고 가정 할 수 있다.
따라서 덴마크의 이러한 화장실 문화는 덴마크인의 높은 사회적 신뢰도에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한다는 것은 불가능으로 생각한 일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덴마크식 화장실은 결국 높은 신뢰사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간의 신뢰가 쌓여 높은 신뢰사회로 진입할 때 비로써 남녀갈등과 남녀평등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가 함께 즐기는 덴마크식 축구
덴마크의 남녀평등에 대한 철학운 덴마크식 축구에서도 나타났다. 어느날 갑자기 덴마크 여자 동기들이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하였다. 특히 여성인 덴마크 친구가 나에게 함께 축구를 하자고 했을 때 매우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아무렴 여자인데 축구를 잘 하겠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축구를 하러가는 덴마크 여자들을 보며 의심이 들었다. '조금 하다가 그만 두겠지.....'
우리 10명은 축구장에 들어왔다. 그리고 편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남자 5명에 여자 5명이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덴마크 여자 동기가 외쳤다.
"남자 다섯, 여자 다섯으로 나눠서 겨루자"
'뭐라고?... 남자와 여자 편을 나눠 축구시합을 하자고?' 나는 매우 놀랐다.
공을 가지고 준비 운동을 하는데 덴마크 여자 동기들이 공을 발로 잘 다루는 것이었다.
'뭐지?... 왜이리 자연스럽지?'
시합이 시작되자 그녀들은 공을 다루는 실력과 축구 실력 그리고 몸싸움까지 무엇 하나 남자에게 주눅들거나 뒤처지는 것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덴마크 여성들이 몸집이 큰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반코트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일평생 가지고 있던 내 선입관을 깨버린 순간이었다.
나중에 시합이 끝나고 덴마크 친구에게 어떻게 여자들이 축구를 잘하는지 물어보았고 그 친구가 대답하길, 덴마크 교실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체육시간에 똑같이 축구공을 주고 배구공을 준다고 한다. 또한 남녀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닌 체육시간에 같이 섞여서 같은 스포츠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보았던 우리나라의 모습은 체육시간 때 남자는 축구 여자들은 고무줄 놀이었다.
축구 시합이 끝나고 갑자기 그들이 이제 덴마크식 축구를 하자고 말하였다. 나는 덴마크식 축구가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한번 구경을 하라고 하면서 보여주었다.
덴마크의 축구는 일반적인 축구와 다르다. 여성이 조금 더 지치지 않게 하고 남자와 같이 어울릴 수 있게 골대 근처에서 두 번 공을 서로 간에 공중에서 교환하고 세 번째 사람이 골대를 향해 킥을 차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축구가 뛰어다니면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덴마크식 축구인 것이다.
축구문화에서 잠깐 보이듯 덴마크식 교육은 남녀간의 협동심을 높이게끔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이는 서로간의 이해를 도와주고 높은 신뢰성으로 이어진다. 즉 덴마크는 체육에서부터 남녀의 신뢰가 쌓일 수 있게 하고 이는 나와는 다른 타인에 대한 신뢰의 증가로 이어지며 남녀 구분된 것이 아닌 하나의 동일한 존엄섬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신뢰사회가 시작되게 된다. 그래서 남녀표시 없는 화장실은 그 사회의 신뢰도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녀평등의 길에는 내가 겪은 덴마크 문화 말고 다른 방법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겪은 덴마크 문화에서 나는 진정으로 남녀평등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남녀가 편을 갈라 극렬히 싸우고 있다. 정치에서는 남녀의 싸움을 이용한다. 지금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척이나 필요해보였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남녀평등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싶다고 느꼈다.
그 후로도 나는 덴마크 남녀 동기들과 함께 학교 뒷산의 만리장성에 등산도 하고 축구도 하고 재밌게 지냈다. 나는 그들이 가진 가치관과 철학이 좋았다. 비단 남녀평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개할 것들 또한 우리가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지켜보아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