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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Feb 23. 2023

마크르스 추종자인 덴마크 친구의 노동유연성 찬양 9-4

"덴마크는 신기한 나라이다. 사회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복지와 경제적으로는 기업의 자유와 높은 노동유연성이 합쳐져 있는 국가이다." 이를 사회민주주의 즉 사민주의라고 한다.


어느날 덴마크 수업에서 덴마크의 복지제도와 경제시스템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나는 덴마크가 법인세가 낮아 기업하기 좋은 국가이고 특히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 높은 나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조금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복지가 강화된 나라는 당연히 국가의 통제와 높은 법인세 때문에 해고가 힘들고 법인세가 높을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나와 가장 친한 덴마크 친구 조나단과 수업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한국의 정의당 정도로 그의 정치적 이념은 좌파에 있었다. 조나단은 항상 그가 존경하는 사람을 마르크스라고 하였다. 마르크스란 공산주의의 창시자가 아닌가. 조나단과 노동 유연성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덴마크는 왜 노동자의 해고가 쉽냐고 물어보니 오히려 나를 엄청 이상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물어본 이유는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나 또한 덴마크가 사회시스템으로 채용한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잘 몰랐고 덴마크가 공산주의와 가까운 국가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노동자 해고가 어려운 나라인 줄 알았다.


조나단은 덴마크식 복지와 노동 유연성이 함께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고 했다. 노동자의 쉬운 해고가 당연하다고 했다. 마크르스를 추종하는 그는 쉬운 해고를 말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아이러니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했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례 고정된 정치적 이념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고복지 국가는 당연히 공산주의, 그러면 노동자의 권리가 기업의 권리보다 높아서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이러한 정치적 이념에 의한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덴마크는 해고가 쉬운 노동유연성이 높은 대신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고 재취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Flexicurity 즉 유연안정성 모델이라고 한다. 북유럽 국가의 사회민주주의 특징이다. 후에 유연안정성 모델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개혁할때 정책적 모토가 되기도 한다. 복지는 강화하되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고 해고를 좀더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회안전망 강화이다. 해고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고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사화안전망 제도를 충분히 강화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사회안전망이 잘 되어 있어서 청년들이 해고를 당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직업교육을 강화하며 고급 인력의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또 한가지 간과한 사실은 노동유연성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해고가 쉬운 것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직이 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에서는 다른 일자리로 옮기면서 자신의 경력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이직을 할 때 조직의 배신자로 여겨지는 문화가 있다. 이직이 사회적으로 쉽지 않으면 노동유연성은 그저 노동자들에게 해고와 낙오자의 낙인을 찍는 것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 없이는 해고를 쉽게 하면 대량의 실업이 생겨서 경제가 후퇴하고 사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앞으로 한국만의 유연안전성 모델, 즉 제3의 길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복지는 시대적 흐름이고 이제는 거부할 수 없다. 기술과 자본이 고도화된 사회에서 앞으로 경제 사회적으로 뒤쳐지는 사람들, 그리고 경제 사회적 격차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존엄성에 입각하여 어떤 상황에서든 최소한 인간다운 삶은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나는 기업의 자유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기업의 생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일자리의 공급 측면에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나단과 대화 이후로 스스로 다짐한 것은 이념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양 극단의 이념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고 현상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게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현 시대에 가져야 할 정치 철학이자 덕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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