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승철 Dec 07. 2022

국가가 결혼 주선을 해주는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저출산 정책


2017년 옥스포드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처음 수업을 할 때 데런이라는 싱가포르 친구를 만났다. 데런과 그 당시 서로 각 국가의 정책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싱가포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물어봤고 데런은 저출산 문제라고 답하였다. 싱가포르 또한 우리처럼 저출산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 국가라고 한다.


그때 데런이 싱가포르는 국가에서 소개팅을 주선해준다는 말을 했었다. 남녀 결혼을 위한 소개팅을 주관하는 정부 공식 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웃어만 넘겼는데 요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다시 데런이 해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결국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대체 출산율의 2.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고 50년도 안되어 인구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저출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그 중에 남녀의 매칭 문제가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30대 중반이다보니 내 주변에는 30 중후반의 미혼남녀들이 많고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남녀를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즉 매칭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이성을 만나는 루트는 소개팅이다. 하지만 소개팅이 30대 중반부터는 거의 줄어드는 추세이고 그렇다고 데이트앱을 거의 사용하지는 않는다. 데이트앱들이 가벼운 만남이 대부분이고 안전하지 않다는 의식이 있다. 결혼업체를 등록하려고 해도 기본 300만원이고 이마저도 만남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으며 신뢰가 가는 업체의 수 또한 거의 손에 꼽을만큼 적다. 즉 우리 사회는 이성이 서로 만나는 기회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싱가포르가 좋은 예이다.


남녀 중매를 주선해주는 국가인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국가가 남녀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1984년부터 SDU(Social Development Unit)이라는 국가기관을 만들어 남녀를 중매해왔다. 국가가 직접 데이트(결혼) 업체가 되어 각종 행사를 주관하였다. 하지만 초기에는 대학 졸업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을 매칭해줬는데 그 당시는 많은 연구가 없었던 때라 고학력의 남녀를 매칭하여 국가에 인재를 많이 육성하려는 정책이었다고 한다. 이에대해 비난이 일자 싱가포르 정부는 대졸 미만 여성들의 결혼을 중매해주는 기관, 즉 SDS(Social Development Service)을 따로 만들게 된다.


SDU와 SDS는 초기 몇년동안은 거의 커플을 매칭시키지 못했지만 자리를 잡고난 후 몇년 후 연 평균 1000명의 결혼 커플을 탄생시키고 많을 때에는 연 4000명의 커플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학력 여상과 저학력 여성을 따로 구분한다는 비판을 받고 2008년 두 기관을 하나로 합치는데 즉 SDN(Social Development Network)이 탄생한다. SDN은 원래 국가가 주관하고 있었던 남녀 중매 기능을 민간에 넘기고 대신 민간에 펀딩을 지원하고 행사를 관리만 하고 있다. 기능을 아웃소싱 한 것이다.


SDN의 기능 (데이트 업체 공식 인증과 펀딩)


SDN은 민간 업체와 사업 파트너를 맺는데 먼저 SDNTrust라는 인증을 통해 관련 기관을 관리하고 육성한다. 민간업체가 SDNTrust라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에 등록된 업체 중에 정부가 제공하는 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다양한 자격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하여 SDNTrust라는 국가 공식 인증 마크를 달면 정부와 활동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러한 업체에 SDN Partnership Funding이라는 기금을 지원하는데 업체에서 데이트 및 남녀가 만날 수 있는 여러 행사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비용의 80%, 50,000(한화 약 5000만원) 싱가포르 달러를 지급한다. 또한 직원 교육비를 일인당 400(한화 약 40만원) 싱가포르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SDN Parnership Funding은 국가에 등록된 데이트 업체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일반 기업, 학교 조직 및 클럽 등에도 제공한다. 좋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계획서만 있으면 정부에 제출이 가능하고 펀딩을 받을 수 있다.


SDN 홈페이지



데이트 이벤트 통합 정보 제공


SDN은 여러 민간 데이트 업체 및 행사 관련 업체로부터 남녀 데이트 행사 등의 정보를 모두 모아서 SDN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리한다. 사람들은 SDN 홈페이지에서 데이트 이벤트들을 확인 후에 소정의 비용을 내고 참가할 수 있다. 약 4만원에서 7만원 정도로 다양한 가격이 있으며 행사 또한 그 수가 매우 많다.


SDN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남녀 데이트 이벤트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 취미생활, 미술 활동 등 이벤트 정보 제공


남녀 데이트 행사 외에도 워크샵, 여행, 취미생활 등 다양한 이벤트 제공


데이트 업체에서 주선하는 다양한 남녀 미팅 행사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 업체에서도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 레저, 운동, 미술 워크샵, 취미생활 등의 행사를 SDN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처음 가입하는 남녀에게는 100 싱가포르 달러 (한화 약 10만원)을 제공한다. 이렇게 실제적으로 남녀가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SDN의 역할 중 하나이다.


지역 데이트 업체에 투자


싱가포르는 지역의 소규모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 업체에도 펀딩을 지원하며 결혼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민간 결혼사업을 육성하면 다양한 행사들이 제공되고 그만큼 남녀의 만남이 많아질 것이기 대문이다. 그래서 지원대상은 규모에 관계없이 데이트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업체, 지역 기업가, 기존 회사들이 받을 수 있다.


지역 청년들에게 데이트 스타트업 설립 및 운영 지원하자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에 비해 다양한 지자체가 있어 국가가 모두 관리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컨트롤타워는 중앙정부에서 갖되 지자체와 협력하여 각 지역에 데이트 관련 부서를 만들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 지역 청년들과 기업들을 통해 데이트 스타트업들을 만들어 남녀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큰 대기업 데이트(한국에서는 결혼) 업체들과 파트너를 맺어 그들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다양한 중소 규모의 결혼 업체들을 지원하고 시장을 육성하여 양질의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트 업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남녀 만남 주선 정책은 꽤 혁신적이다.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들도 이러한 정책이 남녀의 만남 기회를 높여줄 것이라고 하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주변에 SDN에서 제공하는 남녀 맞선 행사에서 짝을 만난 커플도 많이 있다고 한다.


무엇인가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곳에 개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년간 저출산 예산을 무작정 400조를 쓴것 보다야 이런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유쾌한 정책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