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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Jun 20. 2023

The Grand Tour

2013년 가족 유럽 여행

"당신 몇 주 쉴 수 있어?"


휴가가 빡빡한 회사를 다니는 아내가 어느 날 불쑥 이런 얘기를.. 올여름 장기근속휴가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됐다는.. 마침 나도 장기근속휴가를 쓸 수 있는 형편이었고..


온 가족이 유럽에 가는 게 답이었다.


'여건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초중학교 졸업반인 아이들에게 향후 몇 년간은 이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을 것이고, 집안에 고등학생이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이와 같은 여행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인 데다가, 또 그 뒤에는 가족이 함께 어디 가자는 걸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때때로 가족끼리 가까운 좋은 곳을 다녀온 적이 꽤 있다. 하지만 온 가족이 유럽여행을 온전히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그 기쁨이 그리 온전할 수 없었던 모양. 해외여행의 정수요, 종착역이라고도 하는 유럽여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나니 가까운 곳을 실컷 다닐 의욕까지 함께 살아났다. '유럽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신이 나서 후쿠오카 안내책자를 읽고 있는지..'


일정 가운데 핵심 중 핵심으로 꼽는 로마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로서 우리 가족의 발원지라고도 할 수 있는 곳. 배낭여행 중 콜로세움 앞에서 찍은 독사진, 그리고 신혼여행 중 찍은 부부의 사진. 이후 가족이 한 명 늘 때마다 콜로세움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야지 다짐을 하기도 했는데 그 사이 가족은 두 명이 늘어났고..


늘 그러는 건 아니지만, 종종 여행에 이름을 붙여 보곤 한다. 'SeungDON in LonDON' 같은 식으로.. 이번엔 'THE Family Trip' 혹은 'The Ultimate Family Trip'을 생각해 보았다. 한 번의 여행에 이만큼 큰 의미를 둔다는 게 물론 좋기는 하지만, 왠지 마지막 딱 한 번이 될 같은 느낌에 살짝 질색을 했다.


the Grand Tour

noun

(especially in the 18th century) a tour of Europe that was regarded as part of the education of a wealthy young man. The tour sometimes took several years, and usually included visits to Paris, the Alps, Florence and Rome.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더) 그랜드 투어

명사

(주로 18세기) 부유한 집안 자녀 교육의 일환으로 여겨진 유럽 여행. 몇 년이 걸리기도 했으며, 대개 파리, 알프스, 피렌체, 로마 등을 방문하는 일정. (옥스퍼드 영영사전)


'와우!' 18세기도 아니고, 부유한 집안도 아니며, 몇 년 동안 벌일 일도 아니지만, 어쩌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언급된 행선지까지 내용이 꼭 들어맞을까!


내일 새벽 우리 가족은 집을 나선다. 'The Grand Tour'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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