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인문아카데미 10주년 축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학교 자랑을 한다. 재미있는 건 학교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자랑의 내용이 대개 비슷하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 좋은 시설, 훌륭한 선생님, 선후배의 빛나는 전통 등. 어느 학교나 인근 산의 정기를 받아 잘 닦여진 터전 위에서 각기 타고난 소질을 힘써 계발하고 열심을 다해 인재를 키워내다 보니 모든 학교가 예외 없이 다 그렇게 좋은 형편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교 상문고등학교는 자고로 그 뻔한 자랑도 쉽게 하기 힘든, 묘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는 학교였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가운데 어느 순간 정상적인 학교가 되었고 이후에는 모범적인 학교가 되었으며 급기야 많은 사람이 흠모하는 학교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 옛날 졸업한 선배들은 여전히 믿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를 우리 학교는 이루어냈다.
다른 학교 정도로만 모양을 갖춰 주고 다른 학교 정도로만 수준을 유지해 줘도 실은 크게 감사할 일인데 아예 수준을 달리하는 아주 탁월한 일이 우리 학교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과학아카데미가 먼저 시작돼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과실이 인문영역으로 또 옮겨져 인문아카데미가 놀라운 성과를 일구어낸 것이다.
학교가 감당해야 할 일 가운데 핵심 중의 핵심인 학업과 관련한 일이었다. 아니 학업 그 자체였고 그 정수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리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학문의 심연을 실제로 맛볼 수 있는 장이요 기회였고 그 참맛을 경험한 동량들이 더욱 큰 꿈을 자연스럽게 꾸게 되었으며 그 꿈은 차례차례 현실로 이루어져 왔다.
10년 전 첫 인문아카데미의 종강 강사로 초빙되었던 영광을 기억한다. 상문고 최고의 지성이 모인 자리였다는 표현이 무방하리라. 지난해 졸업한 나의 아들도 인문아카데미의 큰 덕을 보았다. 실은 큰 덕을 보았다는 단순한 표현이 너무도 부족할 정도다. 경험한 모든 사람들이 각기 자기 인생의 큰 분기점을 맞게 되었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정말 뜻깊은 ‘학문’의 체험을 했다는 사실을 시키지 않아도 줄줄이 털어놓곤 한다.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으로 넘어갈 준비를 누구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발견되고 충분히 배양된 소양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더욱 온전히 꽃을 피울 각기 학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학교 선배로서 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의 구성원이요 또 세계시민으로서 진정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어깨동무를 한 네댓 명의 멀끔한 청년들이 마을 어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쓱 지나간다. ‘… 다져진 터전! …’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떤 노래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선배라는 사람은 그렇게 부르고 싶어 하지 않던 노래를 후배들은 이제 어디서나 이렇게 신나게 부르는구나!’ 학교가 정말 좋아졌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인문아카데미가 있다.
“높은 뜻 온누리에 빛이 되오리!”
인문아카데미의 10년 역사를 함께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