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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라! 상문고 축구부!

Football is Your Identity

by 최승돈

어느 날 갑자기 축구부가 생겼다. 안팎에서 다 놀랐다. 지금도 필연성은 전혀 느끼지 못하겠지만, 여하튼 어느 날 갑자기 축구부가 생겼다.


2010년 창단 이래 10년 남짓한 오랜 세월, 아주 한결같지는 않았지만, 나는 비교적 지속적으로 축구부를 쫓아다녔다. 그리하여 나는, 그 수많은 동문 가운데 축구부를 응원해 본 적이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졸업생으로 꼽힌다. 선수권 같은 게 걸린, 큰 경기를 아직 치러 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019년 서울특별시 협회장배 결승전이 우리가 치러본 사상 첫 결승전이며 유일한 결승전), 재학생들이 단체로 응원을 해 본 적이 사실은 한 번도 없는, 여하튼 우리 학교 축구부는 매우 희귀한 팀이다. 하긴 요즘은 워낙 단체 응원이라는 걸 잘 하지 않기도 하지만..


초기 3년 동안은 선발된 인원도 아니고 희망자들로만 팀을 꾸려 1승은커녕 1무승부도 기록하지 못한, 대패/전패의 팀. (56전 56패 -505골) 이런 시기를 포함해(!) 이제 갓 10년이 되었지만, 이제는 어느덧 전국 최상위권을 호시탐탐 넘보는 팀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더욱 훌륭한 선수들이 애써 다니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너무 행복하면 ‘이 행복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까?’ 난데없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 필연보다는 거의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팀이라 또 더욱..


학교의 이름으로 성장해 왔고 또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후배들을 학교가 더욱 귀히 생각하고 제자답게 품어 주면 좋겠다.


“애초에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로 창단을 했기 때문에 대회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칭찬하지 않는다.”(?)


혼을 내지 않는 걸 차라리 다행이라고 할까?


객관적인 판단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 객이 아니라면..


체육에 대한 바른 이해와 예의도 두루 당부하고 싶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은 그동안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인 만큼 결코 쉬울 수 없는 일입니다. 연습 중 여러 차례 기록을 세운다고 해도 공식경기를 통해 공인기록을 세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지요.

16강전에 이어 또 한 번 극적인 승부와 해피엔딩을 기대해 보았지만, 결과는 한계 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너무 슬퍼하지 말기로 합시다. 현수막에 적어놓았듯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세상의 그 모든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 있었고 또 멈추지 않는 노력이 여전히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여러분의 착한 성품과 성실한 태도를 너무도 잘 알기에, 우리는 결과와 관계없이 여러분을 지극히 따뜻하게 맞이하고 또 열심으로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훌륭한 성과를 또 이루어 준 축구부 후배들을 칭찬해 마지않습니다. 늘 그래 왔듯 사랑합니다.

상문 파이팅!




상문고 축구부 후배들이 전국고등축구리그 서울 북부권역 2위로 한 시즌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자력 우승을 할 수 있었지만, 0:0 무승부로 마무리되면서 시즌 내내 지키던 1위 자리를 결국 내주게 되었습니다. 극도의 아쉬움을 어찌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만, 해가 바뀌면서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했던 연초의 상황을 떠올릴 때, 정말 상상치 못한, 놀라운 수확을 거둬냈음에 감사하게 되고 실로 가슴 벅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님, 내년부터는 안 오실 거지요?”

작년 경남 고성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날, 2학년 학부모님들께서 제게 하셨던 질문이 기억납니다.

“저는 위원장이라서 축구부 응원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상문 동문입니다.”

오늘, 제가 부모님들을 대신해 같은 질문을 현 학운위 위원장께 드렸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상문고 축구부 팬덤은 우리의 목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도 많은 시간 동선을 함께 해 주고 계십니다.

상문고등학교는 갈수록, 더욱 급속하게 축구부를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홍시후를 배출하고 또 배출할 것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리버풀? 바르셀로나? 난 상문고등학교!

또 꿈같은 한 해를 보냈다. 더욱 멋진 내년의 꿈!



상문이여! 찬란히 피어나라!

사진과 함께 읽는 상문고 축구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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