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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읽는 상문고 축구부 역사

by 최승돈

* 2010년

2010년 3월 19일 효창운동장 상문고 축구부 사상 첫 골 - 이도헌

2010년 3월 19일 효창운동장, 창단 첫해 상문고 축구부의 첫 골이 터졌다. 보인과 첫 공식경기에서 5실점 무득점이었던 상문이 두 번째 상대 서울체고를 상대로 팀 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역사적인 첫 골의 주인공은 이도헌. 그럴싸한 듯도 하고 좀 어색하기도 한 이 장면이 바로 상문고 축구부의 최초 골세리머니다.

2010년 3월 19일 효창운동장 상문고 축구부 사상 두 번째 골 - 박상윤

같은 경기에서 한 골이 더 터졌다. 이번엔 박상윤의 골이었다. 첫 시즌,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것은 이 경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상문고 축구부의 첫 시즌 18경기 총득점이 겨우 4점. 한 해 득점의 절반이 바로 이날 이 경기에서 다 나왔다. 경기 결과는 2:8 패배.

자신의 선택을 좀처럼 감당해내지 못하는 초창기 선수들

'안 해도 되는 걸, 집에서는 하지 말라는 걸 내가 왜 괜히 하겠다고 손을 들었을까?'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의 창단 첫해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서울동부지구에서 18전 18패 4득점 242실점으로 첫 시즌을 마감했다.


* 2011년

2011년 4월 8일 효창운동장 상문:재현

이듬해 다른 학교에서 축구를 했던 친구들이 조금씩 섞이게 된다. 가장 먼저 전학 온 선수는 중앙고등학교에서 왔다. 김태환 군으로 기억한다.

2011년 4월 8일 효창운동장 상문:재현

2011년에도 전패 행진은 계속됐다. 18전 18패에 1년 동안 딱 한 골을 넣었다. 실점은 많이 줄였지만 그 줄였다는 실점도 167점. 득실차는 -166.


* 2012년

주득점원 박영민 선수 (2012년 3월 31일 효창운동장 상문:대신)

창단 3년째를 맞은 2012년. 한 시즌 혼자서 7골을 기록한 선수가 탄생했다. 이전 두 해 우리 팀이 기록한 득점을 다 더한 것보다 많은 골이었다. 주인공은 박영민. 그러나 우리 팀은 여전히 승점을 따는 데 실패했고 20전 20패 10득점 111실점 득실차 -101로 또 한 시즌을 전패로 마무리했다.

2012년 3월 31일 효창운동장 상문:대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우리는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고, 하다못해 비기지도 못했다. 3년 통산 56전 56패 15득점 520실점에 득실차는 -505를 기록했다. 그사이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의 구실은 지극히 순수하게 잘 감당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뭐든 결실이랄 것을 하나라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일정한 변화가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었다.

2014년 7월 5일 상문고등학교

* 2013년

2013년 큰 변화가 있었다. 신현호 감독이 부임했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체계를 세웠다. 팀 사상 처음 비겨 승점이란 걸 따 보기도 했다. 이기기도 했다. 심지어 연승까지.. 서울동부권역에서 4승 2무 10패를 기록하며 창단 4년째 첫 리그 탈꼴찌에 9팀 중 6위, 중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한종호 선수가 대부분의 골을 넣었다. 백운기, 문화체육부 장관배 등 전국대회 출전도 시작했다. 백운기에서 문일고를 상대로 조성준 선수의 사상 첫 전국대회 득점이 터져 나왔고 2:1로 사상 첫 전국대회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급속하고도 큰 변화였다.


* 2014년

이듬해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한종호가 득점행진을 이어갔고 김광현, 김준성, 양희준, 홍덕기, 이한샘, 장준혁 등 여러 선수들이 골을 넣으며 서울서부권역에서 4승 5무 9패의 전적으로 10팀 중 7위를 기록했다. 전국대회는 백운기와 금강대기에 출전했고 백운기에서 여의도고등학교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 2015년

2015년 상문고등학교는 전국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해 16강 그리고 8강까지 진출했다. 양산에서 벌어진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김해에서 벌어진 청룡기대회에서 사상 유례없는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리그의 경우 전기는 서울남부권역에서 3승 3무 2패의 전적으로 9팀 중 5위, 후기엔 서울서부권역에서 1승 3패로 5팀 중 4위를 기록했다.


* 2016년

상문고가 배출한 최초의 프로선수 조건규 군은 2016년 고교무대 정점에 섰다. 김해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배대회에서 상문고등학교는 10대0 사상 최대승을 기록하는데 이때 조건규 군이 한 경기에서 넣은 골이 6골이다. 이 대회에서는 16강까지 진출했다. 조건규의 득점행진은 계속됐지만 전기리그 성적은 썩 좋지 않아서 2승 1무 5패로 서울서부권역 9팀 중 7위를 기록했다. 대통령금배에서도 예선 탈락. 그러나 후기리그에서 3승 1패의 전적으로 서울강서권역 5팀 중 1위를 차지, 사상 첫 권역 우승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왕중왕전에 진출하게 된다. 왕중왕전 첫 경기 32강전에서 조건규의 해트트릭이 터져 나오며 4:2 승리를 거뒀지만, 뒤이은 16강전에서 아쉽게 0:1로 패하며 상문고는 2016년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 2017년

2017년 4월 15일 효창운동장 상문:대신

합천에서 벌어진 춘계고등학교축구연맹전에서 16강에 오르며 시작한 2017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탄탄한 진용이 갖춰지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리그 성적은 부진했다. 전반기에는 1승 1무 6패로 서울남부권역 9팀 중 7위, 후반기에는 2승 2패로 서울강동권역 5팀 중 4위에 그쳤다. 그러나 2017년 상문고등학교는 토너먼트에 강한 팀이었다. 여름에 고성에서 치러진 문체부장관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2년 만에 전국대회 8강에 진출했다. 사상 두 번째 전국대회 8강 진출이었다.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정채건 선수로 모두 4골을 넣었고 1학년 홍시후 선수도 2골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 2018년

2018년 5월 9일 효창운동장 상문:노원SKD
2018년 5월 27일 목동운동장 상문:중랑축구단 U18

서울서부권역에서 경기를 치른 2018년 전반기에는 리그 성적이 꽤 좋았다. 팀 사상 첫 4연승을 기록하며 시즌을 시작해 6승 2무 1패로 권역 3위를 기록하며 사상 두 번째 왕중왕전, 사상 첫 전반기 왕중왕전 진출을 결정짓는다. 전반기 왕중왕전은 후반기와 달리 입시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인정받는 치열한 대회인데 이 좋은 일에도 축하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선수들 표정이 썩 좋지 못한 것은 전반기 리그 마지막 경기를 비기는 바람에 권역 2위를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이어진 왕중왕전에서는 첫 경기를 이기고 32강까지 진출했다. 고성에서 벌어진 무학기 대회에서는 16강에 진출했고, 무려 96팀이 출전한 추계고교축구연맹전에서는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해 48강에 올랐다. 후반기 리그에서는 1승 1무 2패로 서울서부권역 5팀 중 4위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20일 보인고등학교 상문:보인

201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원정경기에 응원단이 조직돼 왔다. 경기는 패했고 응원단은 소수였지만,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이긴 홈팀보다 지고 가는 원정팀 분위기가 더 훈훈했다.

응원 오신 선생님들 (2010년 4월 20일 효창운동장)
상문고 응원단 (2019년 6월 7일 창녕스포츠파크 양파구장)

상문고등학교 축구부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성적에 비해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이다. 과거의 전형적 응원, 전교생이 단체로 동원돼 벌이는 응원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전국팔도 이 경기장 저 경기장을 마구 누비며 온 맘으로 응원하는 안팎의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한 번은 '상대학교 학교운영위원장, 행정실장 오셨으면 경기 전 인사 잠깐 나누시죠.'와 같은 안내방송을 장난 삼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아무튼 "상문 파이팅!"


* 2019년

2019년 6월 22일 목동운동장 상문:배재
2019년 5월 1일 상문:중동FC
2019년 6월 30일 목동운동장 전국체전 예선 상문:숭실

1학년 때부터 좋은 활약을 보인 3학년 선수들이 많아 기대를 많이 했던 2019년. 그러나 문체부장관배(고성), 무학기(창녕), 청룡기(고성) 등 세 개 전국대회에서 모두 16강에 머물고 만다. 리그에서는 9승 3무 2패를 기록하며 서울북부권역 8팀 중 3위를 차지, 팀 사상 세 번째 왕중왕전 출전권을 따냈다. 왕중왕전 첫 경기, 64강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32강에서 프로 산하팀을 만나 고배를 마셨다. 획기적인 것은 3년 동안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인 홍시후 선수가 조건규에 이어 상문고등학교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프로(성남FC) 선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로 직행한 사례로는 처음 있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2019년 12월 7일 효창운동장 서울특별시 축구협회장배 축구대회 준결승 승리의 순간

2019년 12월, 든든하던 3학년들이 사실상 졸업한 상태에서 서울특별시 축구협회장배 축구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서 상문고등학교 축구부는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 결국 준우승을 거머쥔다. 우승을 놓친 것이 사뭇 아쉽긴 하지만, 어떤 대회에서 시상식의 주인공이 돼 본 것은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상식 뒤 우승팀은 축하를 마치고 모두 경기장을 떠났는데, 우리는 경기장 문을 닫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알차게 누리고 또 즐겼던 뜨거운 기억이 있다.


* 2020년

2020년 9월 5일 양산 하북체육공원 1구장 상문:한양공고 극적인 승리로 8강 진출

해가 바뀌기 전 큰 결실이 있었는데 해가 바뀌면서 갑자기 큰 어려움이 닥쳤다. 감독이 교체되고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마음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모든 것이 비정상인 시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성적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리그에서는 첫 5연승 기록이 나왔고, 서울북부권역에서 5승 1무 1패의 전적으로 8팀 중 2위를 기록하며 왕중왕전 진출권을 따냈다. 함안에서 열린 무학기에서는 16강에 올랐고, 양산에서 벌어진 부산MBC배 대회에서는 극적인 16강 승부차기 승부 끝에 팀 사상 세 번째로 8강에 올랐는데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던 마지막 경기 흐름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고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축구장 요지경) 왕중왕전에서는 첫 경기 64강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영원하라! 상문고 축구부!


* 2021년

지극히 번듯한 축구부 기숙사가 생겼다.

2년 연속 리그 5연승을 기록했다. 경인리그 3권역에서 5승 3무 1패로 10팀 중 4위를 기록하며 왕중왕전 진출권을 따냈다. 합천에서 열린 추계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와 양산에서 열린 부산MBC배 대회에서는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안동에서 열린 문체부장관기에서는 기어코 8강에 올라 전국대회 8강권 팀 성적을 유지해 주었다. 팀 사상 다섯 번째 출전하게 된 왕중왕전 첫 경기에서는 프로산하 강릉제일고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둬 사상 첫 프로산하팀 상대 승리를 기록했고, 이어진 32강전 글로벌선진고와의 경기에서도 2:0 승리를 거둬 사상 첫 왕중왕전 2(연)승을 기록해 냈다. 하지만 16강전에서는 아쉽게 패하고 만다.


* 2022년

2022년 7월 26일 남해 스포츠파크 나비구장

전반기 경인리그 2권역에서 3승 2무 4패로 10팀 중 5위, 후반기 강동권역에서 3승 1패로 5팀 중 2위를 기록했다. 군산에서 열린 금석배와 남해에서 열린 대통령금배에서 모두 8강에 진출했다. 금석배에서는 사상 첫 조별예선 3(전)승, 대통령금배에서는 사상 첫 조별예선 세 경기 무실점이었다. 1년에 두 번 전국대회 8강에 진출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곧 8강 벽을 넘을 좋은 징조를 보았다.


상문이여! 찬란히 피어나라!


* 2023년

2023년 5월 13일 군산 월명종합경기장 (사진: 국제뉴스 김병용)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양산에서 열린 부산 MBC배 대회에서 조별예선 2승 1무, 세 대회 연속 조별예선 무패 통과를 기록했지만 아쉽게 조 2위가 되면서 16강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22강에 진출했다. 적어도 16강 이상 쉽게 가 줄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22강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학기가 시작되고 리그 세 경기를 치렀다. 1승 1무 1패. 객관적 전력이나 경기 흐름을 놓고 보면 다 이겼어야 마땅한 경기였다.


군산에서 열린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조별예선 세 경기를 다 이기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하루 전 한 경기 더 치르고 올라오는 조별예선 2위 팀을 상대하니 상당히 유리하겠고


8강에서 글로벌선진 또는 계명과 맞붙게 될 텐데 두 팀 모두 이를테면 슈퍼팀은 아니라고 보아 사상 첫 4강 진출을 낙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한 계명보다 1위로 통과한 글로벌선진의 우위가 예상되는데, 2021년 왕중왕전 32강전에서 우리가 글로벌선진고를 2:0으로 이긴 기록도 있습니다.


4강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5팀 중 조 1위로 올라온 팀은 경신, 화성시, 경영FC 등 3팀입니다. 요즘 이름값을 놓고 보면 다 해볼 만한 상대입니다. 저쪽에서 올라오고 있을 진위, 중앙 등을 떠올리면 더더욱..


진위 또는 중앙과의 결승을 예상해 봅니다. 진위의 경우 슈퍼팀이지만 완만한 퇴조세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상문 사상 첫 우승!"


우승만 빼고 죄다 예상대로 되었다. 사상 첫 전국대회 4강 진출! 사상 첫 전국대회 결승 진출! 사상 첫 전국대회 준우승! 페어플레이팀상! 득점상 이동현! 우수선수상 조수영! 수비상 고광혁! 베스트영플레이어상 김재우!




1983년 청소년축구 세계 4강이 아니었으면 2002년 월드컵 4강까지 국제축구계에 내놓을 변변한 명함 한 장 없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2019년 서울특별시 축구협회장배 준우승 아니었으면 여태껏 시상식이란 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우리. 전국대회에서는 여섯 번씩이나 딱 8강까지만..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한계일 줄만 알았던 8강 벽을 훌쩍 넘어 이번엔 단숨에 결승전까지! 창단 13년 만에, 엘리트 축구 전환 10년 만에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우리 후배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솔직히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오랜 원정길에 몸은 지쳤을지언정 마음속 기쁨과 긍지는 더할 나위 없이 그득하다.


영롱한 가슴마다 겨레의 자랑!

높은 뜻 온누리에 빛이 되오리!


상문 파이팅!



자판 두들기다 또 울었다.

선수들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전영찬 선생님께서 운행해 주시는 우리 버스




축구부 숙소를 새로 마련해 주시고 축구부를 지극히 아껴 주시던 상문고등학교 김영익 교장선생님께서 금석배 결승전 바로 다음날 새벽 3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사상 첫 서울시 대회 준우승과 함께 교장에 취임하셨던 선생님께서는 당당하게 전국대회 결승전을 치르는 제자들의 모습을 병석에서 실시간 동영상으로 지켜보시며 매우 흐뭇해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 미소가 된 축구부와 함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영원하라! 상문고 축구부!

상문이여! 찬란히 피어나라!

상문고 축구, 하늘을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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