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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r 02. 2021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87학번

'제임스 조이스를 아십니까?' 털끝만큼도 알지 못했던 그의 존재와 문학에 대해 며칠이 지나면 우리는 곧잘 풍월을 읊어 대곤 했다. '에피파니란..' '의식의 흐름이 어쩌고 저쩌고..'

'뜻의 차이를 초래하는 음의 최소단위'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영어학 이해는 6월 항쟁 속 기말고사 거부로 뒷부분이 흐릿해지고 말았고..

영어강의가 흔치 않던 시절, 영어로 강의를 듣고 우리 또한 영어로 수업을 해야만 했던.. 멋 모르고 대리출석 들어왔던 다른 과 친구가 있었다면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딴 세상.

여자 리어왕의 비극적 연기를 보면서 내내 웃음 지었던 그 시절 그 시간! 시험이었던 원어연극 도중 보는 사람은 아무도 몰랐는데 괜히 무대 뒤에 가서 남들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아이고! ooo를 빼먹었네!"

체육전공이 아닌 이들의 팀으로는 사상 처음, 자그마치 ‘1987년’에 교내경기 야구 우승을 차지한 과. 각종 동아리가 지극히 발달해서 예체능계인 것도 같았던.. 사대인의 노래마당 사대 함성제에서는 한동안 우승을 독차지한 탓에 이후 영교과는 그냥 빼고 가자는 진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민족, 민주, 인간화 참교육 여는, 외세와 독점의 억압을 뚫고 인간해방세상 건설 선봉에 서는, 밝고 건전한 영어교육과!’ (영어교육과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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