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요즘 4년제 대학은 사실상 2년제다. 3~4학년들은 도무지 자취를 찾아볼 수 없고, 신입생 환영한다면서 시간과 돈 들여 왔다 갔다 하는 애들은 실상 2학년 올라가는 애들밖에 없다.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이들은 정말 예외적이기 짝이 없어서 신입생들이 오랫동안 상상해 오던 대학생활다운 대학생활은 길어야 1.3년 이상 할 게 없다는 확신만 더할 뿐이다.
이러한 확신은 다양한 실천으로 이어져서, 남학생들의 경우, 입대 전 대학생활과 입대 후 대학생활의 질이 뻔히 다를 줄을 알면서도, 그 어떤 대학생활의 근거도, 기반도 적절히 마련할 사이 없이, 동기들 얼굴만 대충 익혀 놓고는, 아니 이마저도 과감히 생략한 채 조기 입대나 하는 것이 너무도 상식적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들에게 정치 얘기 같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그저 두렵고 무서운 얘기일 뿐이니, 이들에 의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아름답게 바뀔까를 기대하기란, 내가 기차를 타고 남미 끝자락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갈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상상해 보는 것과 사뭇 흡사하지는 않을지?
대학에 오기 위해 모든 걸 유보했는데, 정작 대학에 오고 나니 도대체 뭘 유보했는지 기억이 통 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수업 들어가고, 시험 보고, 성적표 받고, 또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까지... 대학생활은 대학생활 이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게 아니라, 다들 조바심의 노예가 되어간다. 그것도 이 아름답고도 아름답다는, 바로 청춘의 때에...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듣는 사람이 없다. 아나운서 시험에서 떨어지는 건 단지 지원자가 너무 많고, 합격자는 워낙 적기 때문일 뿐인데, 다들 (쓸데없이) 값비싼 학원 안 다니고, 수천만 원 들여 성형수술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왜 차라리 돌무더기에다 삼천 번 절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그래도 그나마 노는 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터무니없는 공상이요, 착각이다. 갖은 대학 행사가 난데없이 연예인들의 대목이 된 지 오래가 아니던가? 얼마 전에 과 소모임 송년회 가봤더니 거기도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데려다 쓰던데... 여하튼 자기들끼리 할 줄 아는 게 도무지 없다.
21세기 초 새 학기를 맞는 후배들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도전을 주고 싶다. 부디 덧없는 조바심으로부터 자유하기를... 또 열정과 순수함을 무기 삼아 자신 있게 세상과 승부하며 이 가운데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부디 아름답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