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돈 Jul 02. 2021

아내가 부럽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가족들이 온통 부산경남 출신인 아내는 '우리 아이들이   롯데 팬이    무엇보다 하고 자랑스럽다' 한다. 각기 원하는 대학에 가서 척척  붙어  것보다 훨씬  대견하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고..


애들 아버지는 비광주전남 출신의 해태 팬이었고, 기아 타이거즈로 바뀌면서부터는 야구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애들이 아빠를 따라간다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결국은 열성적인 외가의 영향을 받아 롯데 팬이 되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아무 상관없이.. 거의 매 시즌 그 모진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대학에서 첫 학기를 마친 아들은 친구들과 부산에 가서 2박 3일 동안 롯데 경기 두 경기를 직관하고 돌아왔다. 그 뒤에도 수도권에서 롯데 경기만 있으면 거의 대부분 경기장에 다녀오는 듯하다. 자기가 가서 직접 보는 경기의 승률이 매우 높아졌다며 마구 으쓱대기도 하고..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려고 할 때 '어느 편이 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필수 선결 요소다. 정체성의 진공상태는 없다. 이 판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다. 애써 따져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걸 골라 잡기보다 훨씬 운명적인 것을 인식하고 적극 택하여 받아들이는 엄숙한 과정이다.


스포츠는 정체성이다. 그 흐름, 맥락 속에 스포츠가 살고 팬이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출장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