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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Jan 11. 2021

희랍어, 헬라어, 그리스어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어를 익혀 보고자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았다. 그러나 실패! 현대 그리스어 회화 교재라는 확신을 주는 책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  그래도   되지 않는 책이 희랍어, 헬라어  워낙 다채로운 이름으로 나와 있기도 하고.. ' 사도 바울이 아덴에서 전도하던 시절 그리스어?'
 
결국 여행서적으로 유명한 론리 플래닛의 프레이즈북(phrase book, 흔히 쓰는 외국어 문장을 모아놓고 가르쳐 주는 )   사서  훑어보려는데 이건 .. 우선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어지간한 서양 언어는 흔히 알파벳이라 부르는 로마 글자를 알면 대충 읽을  있는데, 서열상 그리스 문명이 로마 문명의 선배인 관계로, 로마에 영향을 줬으면 줬지 로마의 영향을 받지 않은 그리스에는 그리스 고유의 글자가 따로 있었던 .  그리스 고유의 글자  알파(alpha), 베타(beta) 자모 순서상 가장 앞에 오는데, 여기서 알파벳(alphabet)이란 말이 유래하기도 했고..
 
영어, 수학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고, 마치 상극인    하나만 잘하는 사람도 있다. 수학보다 영어가 나은 사람 중엔 수학이라면 진저리가 쳐져서 영어로 망명  기분으로 사는 사람이 많은데, 그리스어를 익히 보면 망명에 실패해서 본국으로 송환되는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종종 있. ? 그리스 글자가 죄다 수식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α, β, γ, δ, θ, λ, π, Σ . 여하튼 익숙한  생소한,  그리스의, 원조 알파벳은 'Α(알파)부터 Ω(오메가)까지'!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 (요한계시록 22:13)"
 
아테네에 도착해서 적잖이 후회를 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그리스 사람들이 죄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던 . 조금의 여지도 없이   느낌의 영어 구사! 게다가 한국에서  내가 그리스어를 쓰리라고는 그리스 신화가 만들어지기도 훨씬 ,  아득한 옛날부터 조금도 상상해  적이 없는 듯한.. 아무리 애를 써도 그리스어  마디를  쓰겠다.
 
이와 같은 사태를 두고 몇몇 그리스 사람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스어만 해가지고는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쓰임이 많은 영어는 물론이요,  되는 각종 외국어 배우기에 혈안이  있다는 그리스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사실상 망해 버린 고대의 제국! '슬프다!'
 
며칠이 지나 시내를  쏘다니다 보니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그리스어로  여지가 생기기도.. 경기장 가는 셔틀버스 기사에게 그리스어  문장을 외워 썼더니  무리한 부탁도 쾌히 들어준 일이..
 
파르테논 신전을  눈으로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다시   떠올린다. 파괴와 약탈의 잔해임에도 불구, 여전히 아름다운 파르테논!  남이 아닌 듯한 당신의  저력이 다시 꽃을 피우고 속히 회복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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