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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y 18. 2022

그냥 갔다 올 생각

23일쯤 해서 가까운 다녀온다면 현지에서 대략 예닐곱  정도 식사를 하게 된다.  와중에 선택의 여지가 적은,  거르기도 쉬운 아침 식사가  번씩이나 되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길을 떠나기  수십 군데 맛집이 소개된 두꺼운 책을 여러  훑고  훑고.. 정성이 갸륵하고 열심이 대단하긴 하지만, 가기도 전에 진이  빠지고,  다녀와서는 결국 먹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도 크게 남는 부작용이 있다.


그랑플라스가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서 딱 하룻밤 자고 나오는 것만 대충 목표로 삼았더니 브뤼셀에서 맞은 1박2일의 짧은 시간이 오히려 얼마나 여유 있고 풍성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정말 밤낮 호텔방에서 그랑플라스만 내려다보다 온 것도 아니고.. 못 가 봐서 아쉬운 곳, 못 해 봐서 안타까운 일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휴식과 충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완벽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통해 여러 곳을 다녀 보는 것은 참으로 큰 즐거움이지만, 다녀본 곳의 숫자만 무작정 늘리려는 탐욕 가득한 접근은 오히려 여행자를 피곤하게 만들 뿐, 득은커녕 독이 되기 십상이다.


여유를 갖자. 서울에서 반세기 남짓 살았지만, 내가 서울의 어지간한 곳을 죄다 가 보고 사는지.. 서울 구경은 오히려 타지 사람들 몫이 아니던가? 이제는 여행을 해도 좀 더 현지인 생활에 가까운 여행을 해야 할 때라고 하는데..


아내와 함께 갔던 교토에서 늦잠 실컷 자고 적당히 한두 군데 산책하듯 걷다가 눈에 띄는 맛있는 것 실컷 사 먹고 돌아왔던, 몸살 걸렸던 아내가 오히려 완전히 회복되어 돌아왔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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