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두 달 동안 자금 사정이 참으로 여의치 않다. 안 그래도 매년 5월이 대체로 힘든 편이었는데, 6월이 되면 그래도 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6월 말이 다 되도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이다. 익숙하지 않은 현금 서비스를 받기까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로 시작된 고민은 '획기적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에 이르기까지... 뻔한 월급에 의존해 사는 사람에게 획기적인 방법이랄 게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그 뻔한 월급 가지고 만성적인 경제적 압박과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하튼 필요한 건 돈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문제가 해결되고 편안히 잘 살 수 있다. '그래! 어찌 되었든 돈을 많이 벌어 보자!' 그러나 이런 결론을 내 나름 명쾌하게 내리고자 할 때마다 꼭 부딪히게 되는 말씀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디모데전서 6 : 10)
'그러면 돈을 쓰지도, 또 벌지도 않으며 살아야 하나?' '벌만큼 벌되 돈을 사랑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 돈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돈을 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 당장 돈 없이 살겠다는 비장한 결심이 서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오만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6장 32절 말씀을 통해 '천부(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즉 하나님께서 우리 생활의 모든 필요를 다 알고 계신다고 말씀해 주신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먼저 그(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것. 그렇게 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겠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6 : 33)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뜻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살면 먹고사는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말씀이다. 간단히 하면, 우선순위의 문제. 하나님의 백성이 구차하게 먹고사는 문제에 집착해서 살 필요가 없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긴 한데...'
다시 디모데전서 6장으로 돌아가 8절 말씀을 보면,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고 되어 있다. 혹시 믿는 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준이 기껏해야 최소한의 먹을 것과 입을 것 정도? 앞서 6절에는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유익이 되느니라'는 말씀도... 결국 우리는 최소한의 먹을 것과 입을 것에 족함을 알아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아니 그것이 철저히 옳다고 애써 믿으면서 이를 악물고 갖은 긍정의 몸짓을 있는 대로 다 취해 본다. 사실 한 손에 이 세상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이 세상을 툭툭 쳐 보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을, 엄청난 식량이 쏟아져 나올 텐데도,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이상한 세상. 문제는 탐욕이 아니던가?
돈은 오늘날 그 모든 탐욕의 대상이며 결실이다. 이 돈이 단순히 물건 살 때나 쓰이는 독특한 효용의 물건이기만 하다면, 사실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돈이 돈을 낳는, 이 이상한 세상 속에서 돈이란 녀석이 갖는 특별한 능력, 이른바 물신(物神)으로까지 지칭되는 돈의 신비한 권세다.
난 이러한 권세를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성경이 사랑하지 말라고 하는, 즉 성경이 경계하는 돈의 속성은 아마도 이와 같은 것인 듯하다. 물신이라 지칭될 정도의 우상적 요소와 함께, 탐욕에 기반하여 하나님의 뜻과 별 관계없는, 이 모종의 힘이 가질 수밖에 없는 위험성.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자고 했던 (창세기 11 : 4), 인간적으로 볼 때는 지극히도 영웅적이었던 바벨의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하나님께서 당시에 이 일을 막지 못하면 '이후로는 (그 누구도)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맹렬했던 그 기세. (창세기 11 : 6)
하지만 계획이 아무리 원대하고, 또 그 기세가 아무리 맹렬했다고 해도 그 모든 일이 하나님 보시기에 다 선한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우리는 바벨탑 사건에서 또 얻게 된다.
돈은 매력적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돈은 더욱 매력적이다. 하지만 돈의 이러한 속성은 바벨탑 사건과 왠지 비슷한 냄새를 풍김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여하튼 돈으로 단지 환산될 뿐인 '생활의 필요'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돈의 탈을 쓴 탐욕과 교만, 하나님의 뜻과 별 상관없이 내가 무언가 내 마음대로 이루어 보고자 하는 헛된 마음가짐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저러나 지금 내 주거래통장 잔액은 983원이다. 다행히도 내일모레가 월급날이긴 하지만, 월급을 받은 뒤 며칠 안에 채권은행, 세무서, 보험사 등에서 거의 대부분의 돈을 또 가지고 갈 것이다. 내가 비록 주님의 은혜 가운데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지만 (빌립보서 4 : 12), 나는 주님께서 나를 언제까지나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을 믿는다.
일만 악의 뿌리가 되는 돈을 사랑함이 아니라, 나와 온 우주를 지으시고 사랑으로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며 기도하고 기대함이라.
은혜의 메뉴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어놓고 계신 주님을 믿습니다.
'여호와께서 너를 위하여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열으사 네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시리니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이요' (신명기 28 : 12)
그런데 이 음식값이 좀 비싸 보이기는 합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미치리니 (신명기 28 : 1~2)
하지만 비싸도 좋은 것 먹고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