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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Apr 15. 2021

생각처럼 쉽지 않다

춘향전을 읽으면서 자기감정을 변 사또에게 이입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실은 그와 아주 유사한 기질 또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글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잘났든 못났든, 착하든 못됐든, 죄다 자기가 이 도령인 줄 안다. 혹은 춘향이거나..


출애굽기, 민수기 등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의 큰 은혜와 뜻 가운데 모세의 인도를 따라 노예생활을 하던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으로 향하는 장쾌한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집트에 내린 10가지 재앙으로부터 첫 유월절의 놀라운 역사를 지나 홍해의 기적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민족 구원의 역사.


사람들이 익히 아는 출애굽 이야기는 대략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후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는 자그마치 40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 혹 '여호와의 손이 짧아(이사야 59:1)’? 하나님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 귀책사유는, 홍해를 건너고 난 직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백성의 원망과 불신이었다.


‘..수르 광야로 들어가서 거기서 사흘길을 걸었으나 물을 얻지 못하겠으므로.. 백성이 모세에게 원망하여 이르되..(출애굽기 15:22)’ 일평생 ‘광야’라고 들어온 말은 영어성경에 ‘desert’, 즉 ‘사막’이라고 돼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많은 사람들이 사흘씩이나 사막을 헤매고 다녔으니 원망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몇 절 지나지 않아 바로 다음 장에는 또 다른 원망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여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출애굽기 16:2~3)’


이집트에 있을 때는 노예생활을 하던 사람들인데 이집트에서 고기와 떡을 배불리 먹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찌 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고, 설사 이 주장이 맞다고 해도 '정말 다시 돌아가 이민족의 노예가 되겠느냐?’는..


하나님께서는 원망을 무조건 질책하지 않으셨고, 쓴 물은 단 물로 바꿔 주셨으며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백성들을 먹이셨다. 만나는 가나안에 들어가는 날까지 계속되었고..


그런데 바로 또 한 장 뒤에는 물이 없다고 또 그 난리를 했던, 그 유명한 므리바 사건이..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내가 이 백성에게 어떻게 하리이까 그들이 조금 있으면 내게 돌을 던지겠나이다(출애굽기 17:4)’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온 민족이 함께 목도하며 가고 있는 길에 이 민족이.. 여기서는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모세가 지팡이로 돌을 때렸더니 딱딱한 돌에서 시원한 물이 터져 나왔고..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 하나님을 대면하고 십계명을 받아 내려오는 사이에는 난데없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우상에 몰입하기 시작한 이들. 하나님은 ‘목이 뻣뻣한 백성’, ‘목이 곧은 백성’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하셨다.


결정적이었던 건 가나안 땅을 정탐하라고 12명의 각 지파 대표를 보냈더니 자그마치 10명이 부정적인 소견을 회중 앞에서 밝힌 것이다. 믿음으로 충만한 여호수아와 갈렙이 있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자손이 다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온 회중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거나 이 광야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여호와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쓰러지게 하려 하는가 우리 처자가 사로잡히리니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아니하랴 이에 서로 말하되 우리가 한 지휘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 하매 (민수기 14:2~4)’. 심지어는 긍정적 소견을 적극적으로 밝힌 여호수아, 갈렙을 돌로 치려고까지 하는데, 하나님께서 적시에 개입하지 않으셨으면..


‘나를 원망하는 이 악한 회중에게 내가 어느 때까지 참으랴 이스라엘 자손이 나를 향하여 원망하는 바 그 원망하는 말을 내가 들었노라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내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라 너희 시체가 이 광야에 엎드러질 것이라 너희 중에서 이십 세 이상으로서 계수된 자 곧 나를 원망한 자 전부가 여분네의 아들 갈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외에는 내가 맹세하여 너희에게 살게 하리라 한 땅에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 너희가 사로잡히겠다고 말하던 너희의 유아들은 내가 인도하여 들이리니 그들은 너희가 싫어하던 땅을 보려니와 너희의 시체는 이 광야에 엎드러질 것이요 너희의 자녀들은 너희 반역한 죄를 지고 너희의 시체가 광야에서 소멸되기까지 사십 년을 광야에서 방황하는 자가 되리라 너희는 그 땅을 정탐한 날 수인 사십 일의 하루를 일 년으로 쳐서 그 사십 년간 너희의 죄악을 담당할지니 너희는 그제서야 내가 싫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리라 하셨다 하라 (민수기 14:27~34)


결국 말은 다 씨가 되었다. 정탐에 들인 시간 40일에 준해 이스라엘 민족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하게 되었고, 출애굽 당시 20세 이상 성인으로 계수된 사람은, 여호수아와 갈렙만 빼고 모두 광야에서 목숨을 다하는 걸로..


다들 '모세, 여호수아, 갈렙처럼 살아야겠다'고 본능적인 반응을 하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또 내가 그런 모범적인 사례일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스라엘 각 지파 대표들 사이에서도 기껏 1/6이었는데..


믿음은, 제공의 한도가 따로 없어 좋기는 하지만, 생각처럼 쉽거나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싸게 많이 팔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죽거나 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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