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돈 Dec 10. 2022

로마의 휴일

마음에 대하여

아내와 오랜만에 동네 단골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가.. '포스터가 원래 이렇게 생겼나?' 그 옛날 것이지만 무척 깔끔하고 보기 좋다. (나중에 새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신혼여행지였던 로마. 영화에도 나오는 스페인 계단 위 최고급 호텔에 묵었다. 다행히 외환위기 직전이라 그럭저럭 감당을 할 수 있었고.. 하지만 늘 그냥 그렇고 그런 우리 형편에 우리가 다시는 그와 같은 호텔에 묵을 수 없을 거란 비관적 전망을 안고 산 지 어언 20여 년.


나이 먹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덧 '틀딱'이라는 표현을 들이대는 사람이 있는 걸 본다. 얘기의 앞뒤가 잘 맞도록 틀니를 하나 맞춰 억지로 입 안에 끼워 넣어야 할지.. 아직 정년도 제법 남았는데..


가난한 유학 시절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로마에 잠시 들러 스페인 계단 위에서 아내와 오랜 시간을 보낸 일이 또 있다. 다른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 콘도티 거리 쪽을 주로 바라보았지만, 우리는 뒤로 돌아 우리가 신혼여행 때 묵었던 그 호텔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또 떨었다. 호텔 입구로 감히 발걸음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정말 대단히 행복했다.


이룬 것 없고 돈도 없으면서 꼬박꼬박 나이만 먹어 밤낮 무시를 당할지언정 맹자님이 나이 마흔에 갖게 됐다는 부동심의 비결을 한 가지 깨달아 안다면 그건 (소박하고도? 소박하지만?) 진실한 마음일 것이다. 두루 베풀고 보듬는 마음. 빼앗거나 빼앗기지 않고 누구나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마음.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매거진의 이전글 으깨져 흩어진 마음의 작은 조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