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대하여
아내와 오랜만에 동네 단골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영화 '로마의 휴일' 포스터가.. '포스터가 원래 이렇게 생겼나?' 그 옛날 것이지만 무척 깔끔하고 보기 좋다. (나중에 새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신혼여행지였던 로마. 영화에도 나오는 스페인 계단 위 최고급 호텔에 묵었다. 다행히 외환위기 직전이라 그럭저럭 감당을 할 수 있었고.. 하지만 늘 그냥 그렇고 그런 우리 형편에 우리가 다시는 그와 같은 호텔에 묵을 수 없을 거란 비관적 전망을 안고 산 지 어언 20여 년.
나이 먹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덧 '틀딱'이라는 표현을 들이대는 사람이 있는 걸 본다. 얘기의 앞뒤가 잘 맞도록 틀니를 하나 맞춰 억지로 입 안에 끼워 넣어야 할지.. 아직 정년도 제법 남았는데..
가난한 유학 시절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로마에 잠시 들러 스페인 계단 위에서 아내와 오랜 시간을 보낸 일이 또 있다. 다른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 콘도티 거리 쪽을 주로 바라보았지만, 우리는 뒤로 돌아 우리가 신혼여행 때 묵었던 그 호텔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또 떨었다. 호텔 입구로 감히 발걸음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정말 대단히 행복했다.
이룬 것 없고 돈도 없으면서 꼬박꼬박 나이만 먹어 밤낮 무시를 당할지언정 맹자님이 나이 마흔에 갖게 됐다는 부동심의 비결을 한 가지 깨달아 안다면 그건 (소박하고도? 소박하지만?) 진실한 마음일 것이다. 두루 베풀고 보듬는 마음. 빼앗거나 빼앗기지 않고 누구나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마음.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