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입학 30주년을 맞아 맡게 된 일이 하도 많아서 합창단까지는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영상을 통해 처음 접한 합창단 연습곡이 한때 고대방송국 KUBS 석탑방송잔치의 붙박이 마무리곡이었던 ‘천리길’. 안 그래도 30년 전 대학 입학하던 때의 추억을 원없이 되살리는 때에 나는 합창단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히 빠져나올 때가 됐다 싶을 때에도,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요 레퍼토리가 선곡되는가 하면, 청소년기에 친구 통해 배우고 카세트테이프로 질리도록 들었던 ‘에레스 투’의 솔리스트가 되는 등 매번 덜미를 잡는 손이 있었다. 노래도 하는 김에 행사 진행까지 몇번 하다 보니 결국 단순가담 이상의 혐의(?)를 받게 되고..
몇년째 주말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다른 일에는 예전만큼 쉽게 참여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려대학교 87학번 합창단, '크림슨합창단'이다.
창단 6년을 맞아 처음으로 정기공연을 하기로 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돼야 진정한 정기공연이 되겠으나 일단 이번 공연을 1회로 하여 기준 삼기로 했다. 그동안 죽 해온 건 대부분 적은 연주곡으로 연합행사 또는 큰 행사의 일부로 참여한 것. 정기공연에 비해 연주시간이 짧을 뿐, 고대 87답게 매번 꽤 잘했던 건 사실이고..
아! 여러 곡을 불러 연주시간이 제법 길었던 단독공연이 한 번 있었다. 배를 타고 장봉도에 가서 그곳 공동체와 함께 했던 봉사의 시간.
"저희는 아무데서나 공연하고 싶지도 않고 또 아무데서나 공연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단독)공연을 하지 않았습니다.(lol) 정말 좋은 곳에서만 공연하기 원했기 때문에 저희 합창단은 저희의 사상 첫 (단독)공연을 이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첫 단독공연은 이렇게 해외(!)에서 먼저 펼쳐졌다. 이제 본토에서, 또 수도 서울에서 저명한 세계 음악인 그리고 지인들을 모시고 역사적인 첫 정기공연을 가지려 한다. 여러분은 다만 후원하시고 와서 보시기만 하면 된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