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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y 22. 2023

너희가 축제 ‘한다’고 하지 마라

2003년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을 마치고..

요즘 많은 고대 후배들은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이 학교를 대표하는 최고의 행사라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응원단도 응원은 별로 하지 않으면서 이 행사에나 목숨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퇴폐성 등을 이유로 총학생회를 포함, 학우대중 거의 전부가 집단으로 거부했던 행사다. 응원단에서는 오랫동안 간판도 내걸지 못했던 것을.. 대학이 이른바 연성화되면서 이 행사가 부활하기는 했지만, 때로는 응원단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로 크게 실패한 사례가 의외로 여럿 있었다는..


예전 유행했던 싸이월드를 오랜만에 뒤지다 보니 2003년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 마치고 학내외 게시판이 너무도 뜨거울 때에 그래도 응원단 식구라고 게시판에 팔 걷어붙이고 나선 흔적이 있어 긁어다가 실컷 퇴고해서 올해 행사 며칠 전 널리 공유하는 바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4/18 안 뛰는 애들이 이런 행사 쫓아다니기 바쁜 걸 도무지 못 봐 준다는.. 응원 사진 찍으러 뒷부분(!)에 살짝 올라가 보기는 할 테지만..


시쳇말로 너무 꼰대 같다고? 생각해 봐라. 어느 옥스포드, 어느 케임브리지가 연예인 많이 온다며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가진 학교라고 자랑하겠나?




인터넷에 글을 한번 올리려면 생각보다 많은 결단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웬만하면 그냥 지켜보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가만 지켜보기엔 정도가 지나친 일이 너무 많아서 제가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저는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87학번으로 재학 당시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KUBS)에서 활동했으며 94년 2월에 졸업, KBS 아나운서실에서 10년째 일해 오고 있습니다. 재학 시절 응원단 활동을 한 적은 없지만, 지난 2002년 응원단 졸업생 모임인 호응회원으로 정식 인준을 받아 회비를 내며 각종 응원단 모임에 가능한 대로 열심히 출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응원단의 호화 뒤풀이 또는 호화 MT 문제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그릇된 소문은 더 이상 유통시키지 마십시오. 응원단의 호화 뒤풀이는 없습니다. 우선 행사 당일 응원단원들은 변변한 뒤풀이를 제대로 벌이지도 못합니다. 새벽까지 현장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지나 뒤풀이에 준하는 일정을 갖기는 갖습니다. 1996년 제가 직접 참여했던 뒤풀이는 응원단실 앞 돌벤치에서 고기 구워 먹으며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매번 비슷한 수준입니다. 학교 안팎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함께 술 한 잔 하는 정도의 일이 혹 그렇게도 호화스럽다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MT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알기로 현 응원단원이나 예전 응원단원 가운데 개인적으로라도 하와이에 다녀온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하와이에는 다녀온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제가 로또 1등 당첨되면 다 같이 MT 가기로 한 곳일 뿐입니다. 응원단도 여러분들이 흔히 MT 가는 곳으로 MT를 갑니다. 아무리 응원단이 지금 당장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부디 억측을 퍼뜨리거나 근거 없는 억측에 좌우되지 마십시오. 다 잘못된 악의적 주장일 뿐입니다.

 

이번 행사 구성에 있어서는 저도 여러분의 부정적 견해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똑같은 재료로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는 아쉬움에 구성에 서툴었던 기획진 후배들을 저도 질책하고 싶습니다. 다만 연예인 섭외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 섭외가 반드시 필요한가?' 저는 작년에 무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각 대학의 축제가 유명 연예인 소비 경쟁으로 흐르는 것을 반대하여 입실렌티 사회 제의를 수차례 거절해 온 사람으로서 연예인 섭외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많은 고대인들이 연예인이 아니면 도무지 집중하지 않는 형편을 내내 목도하면서 참으로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연예인을 섭외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돈 문제가 따릅니다. 출연료로 지급되는 돈이 너무도 큰돈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이 많은 돈을 들여 매년 연예인들을 꼭 불러와야만 하는 걸까요? 대학 최고의 축제? 여러분의 원천기술이랄 건 전혀 없고 온통 연예인 섭외로만 점철된 행사가 어떻게 대학문화의 정수라 불릴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할 줄 아는 문화행위는 단지 소비와 반응뿐입니까?

 

매년 행사를 주최하는 응원단의 타성도 욕을 먹기는 먹어야 합니다.

 

"너희들은 행사 준비한다면서 왜 맨날 섭외에만 광분하냐? 도대체 너희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 행사의 내용은 뭐냐?"


"돈을 내고 들어오는 고대생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 주고 싶습니다."


"꼭 고대생들에게 뭘 사다 줘야 되냐? 재미있고 의미 있으면서도 돈 안 드는 행사를 기획해야지. 행사에 큰돈이 들지 않으면 표는 무료로 나눠줄 수도 있고.."

 

행사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응원단 기획진들과 끊임없이 나눴던 얘기입니다. 앞으로 더욱 온전한 고대 문화를 위해 더욱 많은 대화와 변화가 필요할 줄로 압니다.

 

그리고 출입 통제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겠습니다. 아무리 고생을 많이들 했다고 하나, 통제요원들에 대해 듣게 된 이야기는 너무도 험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행사 내용과 구성에 대한 얘기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응원단과 실무 책임자는 반드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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