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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Aug 27. 2021

2019 정기 고연전을 앞두고

+김준엽 선생의 대학총장 시절

‘4᛫18은 안 뛰고 연예인 구경에나 혈안이 되었다가 성에 안 차면 횡령을 운운하고.. 보편적 가치를 얘기하지만 결국 자기 위신과 관련해서만 발끈하는..’
 
난 그게 그 옛날부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응원단의 잘못만은 아니다. 기대했던 만족이 없으니 횡령을 운운했던, 그러나 기껏 ‘작정하고 함께 하는 연예인 구경’을 ‘대학문화의 정수’라 일컫는 데 있어서는 하나도 다를 게 없었던 이른바 일반 학우들의 탓이 결코 작지 않다.
 
응원단에게는 (평소에도, 다른 것 말고) 부디 응원(!)을 열심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응원단의 밑바탕이며 거룩한 실체 그 자체인 이른바 일반 학우들에게도 당부한다. 어떠한 상황이든 정기 고연전을 맞아 제발 고대답게(!) 부디 열심히 응원을 해 줄 것을.. 음악부가 음악을 연주하고 동작부가 힘찬 동작으로 흥을 돋우면(?) 고작 추임새나 적당히 넣으면서 하루 종일 대충 놀아 볼 생각이나 하지 말고, 부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목숨을 건 응원을 통해 직접 함께 힘껏 싸워 보자고.. 그래서 함께 신나게 이겨 버리자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정기 고연전이다. 연예인 구경이 아니다. 드러나는 것, 드러나야 할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실체요 정체성이다. 분위기가 많이 어색해지기는 했지만, 여하튼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만날 것이다. 어찌 됐든 필승, 전승, 압승을 외치면서..




김준엽 선생의 '장정' 3편 '나의 대학총장 시절' 중에서


다음으로 사기(士氣)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고연전에서의 승패 문제이다. 아무리 승패를 초월한 스포츠 정신이 소중하다고는 하나 경기는 이겨야만 한다. 특히 고연전의 경우가 그렇다. 나의 취임 전 5년간 연패한 것이 고대가족의 사기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나는 총장이 된 다음에야 이것을 실감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고연전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겨야만 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기도하였다. 고대나 나의 전도(前途)를 점치는 것과 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1982년 9월24일, 25일 양일간 럭비.축구.농구.야구.아이스하키의 시합이 거행되었다. 이때 이상 내가 마음 졸인 일도 일생에 몇 번 없었을 것이다. 나는 시합 전인 23일 오후 2시에 전교생 앞에서 격려의 말을 하였다. 특히 이날은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교생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가 고대의 승리와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였더니 학생들도 열광하였다. 우리는 힘차게 나갔고, 훌륭하게 싸웠으며 그리고 승리했다. 6년만의 승리였다. 나는 이 승리로 고대의 발전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전 고대가족은 기뻐했고 또 중흥의 도래를 직감했을 것이다.


이상의 모든 것이 하나의 큰 물줄기가 되어 발전의 대해(大海)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나는 2년8개월이란 짧은 기간으로서 강제사임을 당하기는 했으나 고대는 다시 소생하여 드높은 사기로 발전의 행진을 우렁차게 거듭난 것을 무난히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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