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날. 내가 어린이로서 맞는 마지막 어린이날에 나는 서울시에서 개최한 ‘남산 걷기 대회’에 본의 아니게 참여했다. 모든 ‘대회’가 다 스포츠 경기대회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건 그날 처음 알았고.. 당시 서울시장이 우리 학교 학부모였는데, 지시나 명령은 아니었을 것 같고, 아마도 점잖게 어린이들의 참여를 부탁했다고 봐야겠지.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싫다는 당신 아들 빼고 다른 애들을 억지로 동원해 나가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거고..
후배들 행사를 격려하려고 고대 응원단 졸업생들이 개교기념일인 어린이날 학교를 찾았다. 자녀가 함께 온 경우가 있었는데 마침 한 명이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하루가 나름 재미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은 슬픈 어린이날 얘기를 해 주며 마음에 깊이 와닿을 진한 위로를 해 주었다. 그리고 더욱 솔깃하게, 부모님께 보답 또는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줬다.
“다 고대 오면 돼. 그리고 혹 복수하고 싶으면..”
연대 가겠다던 아이까지 귀를 쫑긋!
“고대 와서 나중에 너희 아이들 또 데리고 와!”
선순환의 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