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의 행보

창세기 읽고 쓰기 02 (창세기 11:10-12:20)

by 최승돈

* 창세기 11:10-32


데라는 칠십 세에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 (창세기 11:26)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는 선대에 비해 훨씬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 아르박삿, 셀라, 에벨, 벨렉, 르우, 스룩, 나홀 등 데라의 조상들은 오늘날 우리가 대부분 그러하듯 모두 20 또는 30대에 첫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족장 데라를 심란하게 한 것은 70년동안 대를 이을 자녀를 낳지 못했다는 사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란은 그 아비 데라보다 먼저 고향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죽었더라 (창세기 11:28)


늦게 얻은 귀한 아들 중 하란이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끊임없이 불안하기만 한 가족의 운명. 족장 데라는 문득 온 가족을 이끌고 고향을 떠난다. 어떻게든 가족의 운명을 한번 바꾸어 보려는 듯..


아브람은 아버지와 함께 갈대아 우르를 떠났다. 결혼은 했지만 아버지 마냥 오랜 세월 아이 하나를 낳지 못한 형편. 극에 달했을 아브람의 스트레스! 주인공이 너무 늙었긴 하지만, 한 편의 슬픈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 창세기 12:1-9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가 하란에서 20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드라마는 더욱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불현듯 나타나신 하나님께서는 유족 위로를 과감히 생략하신 채 그저 과거의 명령을 상기시키실 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창세기 12:1)


가득한 스트레스에 낙심천만이었지만, 아브람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해 특별히 예비하신 땅으로 가고 있는 길이었음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고..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창세기 12:2-3)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믿을 수가 없을 뿐.. 임의의 장소에 딱히 정착하지도 못했고, 또 아이 하나 낳지 못한 노족장에게 큰 민족이라니.. 하나님께서 장난을 치시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러나 드라마에는 아무런 논쟁이 없다. 오직 너무도 비현실적인 즉각적 순종이 있을 뿐!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 (창세기 12:4)


하나님께서 세겜에 다시 나타나셔서 믿기 어려운 얘기를 또 한 번 하신다. 정말 애 없는 노인한테 왜 이런 고약한 장난을 치시는지..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창세기 12:7)


드라마는 아브람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확인될 뿐.




* 창세기 12:10-20


아브람과 그의 가족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가나안에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한다. 세상에!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자에게 친절히 안내하신 땅에 가뭄이라니.. 아브람은 당대의 강대국, 애굽(이집트)으로 향한다.


목숨을 잇기 위해 애굽에 왔지만 동시에 위험에 빠진 것을 알게 되는 아브람. 악한 환경 가운데 자신의 목숨을 잃고 바로에게 아름다운 아내 사래를 빼앗길 것을 염려한 아브람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말미암아 보존되리라 하니라 (창세기 12:13)


사래가 누이라는 게 완전히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브람을 용서할 수도?


또 그는 정말로 나의 이복 누이로서 내 아내가 되었음이니라 (창세기 20:12)


많은 사람들이 아브람의 거짓말을 비난하지만, 만약 당신이었다면 과연 얼마나 다를 수 있었을까? 어차피 나는 약하고 환경은 악하고.. 사람은 원래 이렇게 약하고 또 악하고..


그러나 저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일에 직접 개입해 메시아의 조상들을 위기에서 구해 주신다.


담대하라. 하나님께서 늘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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