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읽고 쓰기 03 (창세기 13장)
아브람이 애굽에서 그와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와 롯과 함께 네게브로 올라가니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 (창세기 13:1-2)
딱히 뭘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브람은 큰 재산과 함께 가나안으로 돌아온다. 하긴 하나님의 은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달린 것이라 때론 제멋대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 그런데 또 모를 일이다. 많은 재산이라는 게 반드시 은혜이기만 한 게 아니니까..
그가 네게브에서부터 길을 떠나 벧엘에 이르며 벧엘과 아이 사이 곧 전에 장막 쳤던 곳에 이르니 그가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라 그가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창세기 13:3-4)
아브람은 베델뿐만 아니라 그 삶의 한가운데 늘 제단을 품고 산 듯. 그래서 믿음의 조상으로 선택을 받았는지도..
한편 아브람과 오랜 세월 함께 한 조카 롯도 그 사이 삼촌만큼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아브람과 롯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게 되고..
아브람이 롯에게 이르되 우리는 한 친족이라 나나 너나 내 목자나 네 목자나 서로 다투게 하지 말자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가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창세기 13:8-9)
아브람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 그러나 연장자로서, 또 족장으로서 우선권이나 기득권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므로 롯이 요단 온 지역을 택하고 동으로 옮기니 그들이 서로 떠난지라 아브람은 가나안 땅에 거주하였고 롯은 그 지역의 도시들에 머무르며 그 장막을 옮겨 소돔까지 이르렀더라 (창세기 13:11-12)
롯은 큰 도시를 택했고 아브람은 황량한 벌판에 남았다. 당연한 귀결!
아브람도 롯이 선택한 땅을 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 아브람은 조카에게 그 땅을 순순히 넘겨주고 만다. 그 오랜 세월 아비 잃은 조카를 극진하게 돌보아 준 아브람. '롯은 큰 도시로 가고 난 황량한 이곳에 남고..'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내가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 너는 일어나 그 땅을 종과 횡으로 두루 다녀 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창세기 13:14-17)
축복은 축복이로되 축복의 타이밍이 대단히 어색하고 심지어 이상하기까지 하다. 땅이 더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멀쩡한 반쪽을 떼주고 난 뒤인 데다가 여전히 아이 없이 사는 노인 아브람에게..
이 장면은,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가 한없이 행복하든 낙심에 빠져 있든,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이 모든 것을 초월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난 믿는다. 그분의 약속, 그분의 뜻, 그분의 축복, 그분의 은혜, 그분의 자비, 그분의 사랑 등 그분과 관련된 모든 것은 세상 어떤 일이 있어도 틀림없이 분명하고 또 영원할 것이다. 아멘.
이에 아브람이 장막을 옮겨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이르러 거주하며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 (창세기 13:18)
아브람은 여느 때처럼 잠잠히 머물며 제단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