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Hear the Korean People Sing?
아는 단어로만 이뤄진 쉬운 영어 노래도 생각보다 부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원어민의 음절수와 외국인인 우리가 내뱉는 음절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흔한 예로 영어 단어 'sports'는 1음절이다. 'o'만 음절을 이룰 수 있는 모음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음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겹자음이 초성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고 초성 하나에 모음 하나가 반드시 결합해야만 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단어를 '스포츠'라 표기할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스포츠’는 아시다시피 3음절이다.
1음절이 들어갈 박자에 2음절 이상을 욱여넣으려고 하면 노래가 잘 될 리 없다.
Tomorrow we’ll discover what our God in heaven has in store.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One Day More'의 가사 일부다. 영어 음절수는 3+1+3+1+1+1+1+2+1+1+1=17개. 그런데 우리말로 대충 쓰면 '투모로우 위을 디스커버 왓 아워 갓 인 헤븐 해즈 인 스토어', 모두 23음절이다. 욱여넣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아무 가사나 그냥 막 떠올려 본 게 이 정도니 더 심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아주 쉽고 간단한 단어도 원어민처럼 발음하지 못한다. 위 가사 중 'our'처럼 짧고 단순한 것도 역시 그렇다. 사전 찾아보면 [ɑː(r); ˈaʊə(r)]와 같은 발음기호가 나온다. 혹 [aʊə(r)]를 잘못 이해하면, '아우어', 자칫 3음절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aʊə'는 이중모음으로 한묶음이고 ‘our’는 분명 1음절이다. 오해 탓으로 1음절이 들어갈 짧은 사이에 두어 개 음절을 억지로 구겨넣으려고 하면..
중요한 것은 되도록 우리말 표기를 떠올리지 말고 가능한 대로 원어를 직접 떠올려 (말하고) 노래해야 한다는 것.
연음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매우 유익하고 또 당연한 일이다. 'Will you join in our crusade?'를 '윌 유 조인 인 아(워) 크루세이드?'라 하지 말고 '윌류조이니나크루세이드?'에 가깝게 애써 발음하면 처음엔 좀 어색할지 몰라도 나중엔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와 같은 요소는 이른바 리스닝, 듣기와도 대단히 깊은 관련이 있다. 'Sound of Music'을 철저히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사운돕뮤직'에 가까운 원어민 발음을 쉽게 알아듣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7음절을 기대했는데, 이중모음이 포함돼 실은 5음절도 아니고 4음절인 데다가..)
Tomorrow comes.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대곡의 끝부분이다. 모두 호흡을 맞춰 노래를 잘 마무리하면 정말 보기도 좋고 듣기도 좋다. 합창단원 모두가 동시에 [z] 발음을 제대로 해 주면 대단히 잘 훈련된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런데 이 발음은 [z]지 ‘즈’가 아니다. 모음이 없어서 음절을 이룰 수 없고 따라서 강세가 실릴 근거가 없다. 유성음이기 때문에 성대의 울림은 있을지언정 다른 음절만큼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맞다. 호흡을 잘 맞추되 티나게 하지 말고 사라지는 듯한 느낌으로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영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r 컬러링', 모음 뒤 'r' 발음 문제도 그렇다. 영국영어에선 아예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미국 영어에서도 단지 느낌만 주는 컬러링일 뿐 이 특질이 당당한 음소의 격을 갖지 않음에 유의하자. (마덜? 마더!) 각자 억양에 따라 발음하(거나 하지 말)되 지나치게 도드라지는 건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