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생 제르맹 데 프레에 있는 유명한 카페 ‘레 되 마고’를 혼자 처음 찾았을 때의 일이다. 늘 그리던 길가의 바깥 자리를 잘 잡고 앉아 되도록 점심까지 먹고 나갈 생각을 했다. 점심 메뉴는 닭튀김 같은 걸 떠올렸는데 마침 옆에 앉은 사람이 비슷한 걸 시켜 먹고 있기도 했고..
메뉴를 죽 훑어보았다. 시선은 구석구석 닿았지만 아는 말이 하나도 없었다. 100% 불어! 웨이터들도 거의 불어로만 소통했다. 옆사람 먹는 걸 손짓으로 가리켜 주문하기에도 타이밍, 에티켓, 웨이터의 적극성 등 여러 요소가 도무지 조화를 이루지 않았고.. 검색이 쉽지 않던 시절, 사전을 들고 있던 것도 아니어서 불어로 ‘닭’이 뭔지도 모르니..
한계상황 중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Jambon”
순간 나는 난데없이 ‘짬뽕’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순식간에 또 당당하게 ‘잠봉’을 시켜 버리고 말았다는.. ‘잠봉’ 뒤에 몇 단어 더 쓰여 있는 건 ‘삼선짬뽕’의 ‘삼선’쯤 될 거라 대충 믿어 버렸고..
심히 허기지고 도무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내 정신을 좀 차린 나는, 잠시 후 나올 음식이 실은 ‘짬뽕’이 아니라 ‘잠봉’임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잠봉’은 과연 어떤 음식일까 진지하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잠봉’은 불어로 ‘햄’. 바게트 사이에 햄을 적당히 끼워 넣은 음식이 결국 나왔다. 사이사이에 버터가 더해져 있던 것 같은 게, 아마도 이 음식은 요즘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잠봉뵈르’(햄+버터)였던 것 같다.
군복무 중인 아들 면회를 갔다가 근처에서 맛있는 잠봉뵈르를 하나 사 먹고 그 옛날 일을 또 떠올려 봤다. ‘레 되 마고’에 다시 가면 잠봉뵈르를 시킬까? 닭튀김을 시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