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려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얘기를 알아듣기가 영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스코틀랜드 억양이 여간 악명 높은 게 아니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명색이 영어 전공인데.. 또 영국 석사인데..' 포르투갈인 호날두가 하는 영어 얘기는 꽤 쉽게 알아듣겠다. 좀 어색한 걸 집어내가기까지도 하면서.. 그런데 우리가 알아듣기 힘들다고 퍼거슨 감독은 혹시라도 반성을 해야만 할까? 혹 호날두의 영어가 더 나은 영어는 아닐까?
원어민의 영어와 외국인의 영어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원어민은 그냥 잘하고, 외국인은 아무리 애를 써도 노력만큼 잘하기가 참 어려운.. 원어민은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 복잡한 문법까지 깊이 파고들며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다. 그래서 나름 꽤 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도, 원어민은 늘, 우리가 파악하고 정리하는 수준 저 너머에서 여전히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참 잘도 논다. 그럼에도 별수 없이 우린 그냥 이 길을?
힘들여 들여다보는 문법이 우리로 하여금 많은 걸 이해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법은 문법이고 영어는 영어다. 원어민들은 신경 안 쓰고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문법에 잘 맞는다. 문법을 애써 익힌 사람이 원어민이 되는 게 아니라, 문법은 원래 원어민의 언어습관 중 일반적인 것을 추출해서 규칙으로 삼은 것이기 때문이다. 혹 우리가 볼 때 틀리는 것 같아 보여도, 저 사람들이 죄다 ‘그건 그렇게 한다’고 하면, 당신이 애써 익힌 문법이 뭐라든 간에, 그건 그냥 그렇고 또 그런 거란 말이다. 우리 'Long time no see!'를 그 흔한 학교문법으로 한번 잘 이해해 볼까?
그럼 문법 말고 단어는? 단어를 많이 알면 좋기는 물론 참 좋지만, 이 역시 그 자체로 '원어민 수준'에 이르는 직행길은 아니다. 알기는 잡다하게 많이 알아도 구별과 선택을 적절히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상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또 생각만큼 악착같이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또 다른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나는 당신을 애정합니다?'
그렇다면 회화 위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뱉는 이야기가 다 회화인데, 이건 그야말로 한도 끝도 없지 않은가? 의미나 규범상 다 맞는 말이지만 일정 지역을 벗어나면 쉽게 알아듣기 어려운,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듣게 되기도 하고.. 베이징에 사는 조선족 친구가 밥을 사는데, 차린 음식을 어지간히 다 먹었더니, "뭐 소원하는 대로 더 요구하시라요!" 대략 눈치는 챘지만, 듣는 순간 무슨 말인지 정말 정확히 알아들은 건 아니었고..
결국 답은, 되도록 원어민의 말을 많이 잘 듣고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 문법, 단어 공부도 병행하며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될 수 있는 대로 영어를 많이 쓰면서 '영어로 사는 것'. 영어를 써서 좀 더 와닿게 표현하면 'Use it! Live it!'
잘 못 알아듣겠어도 '퍼거슨 감독의 영어가 원어민 영어지!' 생각하며 더욱 귀 기울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