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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Nov 09. 2023

30 년째 근무, 30 종목 중계

축구, 핸드볼, 펜싱, 탁구, 하키,

배드민턴, 양궁, 역도, 럭비, 컬링,

트라이애슬론, 사이클, 복싱, 사격, 보디빌딩,

휠체어 럭비, 태권도, 롤러스케이트, 유도, 비치발리볼/좌식배구,

체조, 스노보드, 골볼, 휠체어 농구, 아이스하키,

육상, 보치아, 조정, 우슈, 수영




며칠 뒤 중계할 종목은 장애인 체전의 좌식배구. 좌식배구가 비치발리볼처럼 배구의 세부종목 가운데 하나라면, 비치발리볼 중계를 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새로운 종목을 중계하는 게 아니라고 해야만 할 것이다.


휠체어 럭비를 몇 번 중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종목은 득점 방법만 럭비와 비슷할 뿐 다른 모든 요소는 (휠체어) 농구에 훨씬 가깝다. 종목의 역사도 럭비와는 그리 큰 관계가 없어 보이고.. 그래서 나는 결국 휠체어 럭비와 럭비를 별개의 종목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휠체어 농구와 농구는 매우 유사할뿐더러 계통상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아직 휠체어 농구 중계만 해 보고 (직업적 수준에서) 비장애인 농구 중계를 해 본 적은 없기 때문에 굳이 따질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경우는 그냥 한 종목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휠체어 사용 여부만 빼면 거의 모든 게 똑같기 때문이다.


휠체어 럭비와 휠체어 농구, 두 종목의 사례를 놓고 볼 때 좌식배구는 휠체어 농구에 훨씬 가깝다. 일부 예외만 빼고 비장애인 배구 규칙을 최대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러하다. 그렇다면 며칠 후 나는, 아무리 중계종목 한 종목이 아쉬워도, 새로운 종목을 더하는 게 아닌 게 맞는 거다. 마라톤이 여러 면에서 많이 특별하지만 육상에 속해 있어 별도로 새 종목 취급을 하지 않은 것처럼..


여하튼 나의 중계종목 계수는 세부종목(sub-sport) 단위가 아니라 종목(sport) 단위다. '에페, 플러레, 사브르 세 종목이 아니라 펜싱 한 종목'이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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