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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Nov 18. 2020

국경의 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남녀 핸드볼

비슷한 시간에 남자 배구도 떨어지고,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던 여자하키도 승부타 끝에 은메달에 머물렀다. 동반 금메달을 꿈꾸던 남자 하키도 승부타 끝에 4강에서 고배를 마신 바 애초 결승 상대로 예상했던 인도를 3·4위전에서 만나게 됐고…. 여자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 따지 못한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금메달이 아니었고, 안팎에서 두루 큰 관심을 모았던 남자 축구는 크나큰 아쉬움 속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모든 소식을 가지고 숙소 입구에서 강재원 해설위원을 만났다. 


“또 우리만….” 


농구도 있고, 여자배구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쉽사리 지울 수 없는 ‘결국 또 핸드볼만 남았다’는 느낌! 


앗! 이 와중에 여자 핸드볼이 준결승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상대는 덴마크도, 노르웨이도 아니었다. 100번 경기를 하면 99번 이상을 이겨 마땅한 일본!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금메달 아닌 것은 아예 따 본 적이 없는 우리 여자 핸드볼 팀이 그 깜도 안 되는 일본에게 패하고 말다니…. 억울한 일은 안 그래도 많이 당해 봐서 오히려 참을 수 있겠는데 이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젠 여자 핸드볼도 끝났다. 물론 3·4위전을 벌이겠지만…. 결국 남자 핸드볼만 남았다. 


정말 그렇다. 방금 생중계한 남자 하키 3·4위전도 1:0 패배. 남자 하키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안게 되었고…. 그 사이 남자 축구 3·4위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이란에 첫 골을 내주었다. 


이제 여자 배구 준결승전 중계하러 이재후 아나운서와 김세진 해설위원이 길을 나선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밀수범 남편을 둔 아낙도 아니거늘 난데없이 떠올려 보는 김동환 시인의 ‘국경의 밤’. 이제 승리는 떳떳이 따내는 것이 아니라 밀수라도 하지 않으면 못 갖다 쓰는 것이 되고 만 것일까? 


축구 경기에서 골이 많이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이기는 건 아니다. 동메달이라도 따기 위한 안간힘이 있는 건지…. 상대가 이란인데 마침 이란은 내일 우리가 남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맞붙어야 할 상대. 


이란은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상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엔 이란 부통령까지 응원을 왔고, 극적인 역전골은 우리의 전매특허인 스카이슛으로…. 물론 우리는 조별예선 중 이란을 상대로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반 중반 한 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던 게 마음에 좀 걸린다. 


축구의 반전이 놀랍다. 4:3 역전승! 남자 축구 준결승전 패배를 전후해 구기종목 전반의 분위기가 마구 꼬이기 시작했지만, 이제 축구의 대반전이 우리 선수단 모두로 하여금 아시안게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하는 전기가 돼 주기를 바란다. 


홍콩, 마카오 등과 국경 아닌 국경을 두고 있는 광저우의 밤이 또 깊어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핸드볼에서 금메달, 여자 핸드볼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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