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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남녀 핸드볼

by 최승돈

비슷한 시간에 남자 배구도 떨어지고,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던 여자하키도 승부타 끝에 은메달에 머물렀다. 동반 금메달을 꿈꾸던 남자 하키도 승부타 끝에 4강에서 고배를 마신 바 애초 결승 상대로 예상했던 인도를 3·4위전에서 만나게 됐고…. 여자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그동안 따지 못한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금메달이 아니었고, 안팎에서 두루 큰 관심을 모았던 남자 축구는 크나큰 아쉬움 속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모든 소식을 가지고 숙소 입구에서 강재원 해설위원을 만났다.


“또 우리만….”


농구도 있고, 여자배구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쉽사리 지울 수 없는 ‘결국 또 핸드볼만 남았다’는 느낌!


앗! 이 와중에 여자 핸드볼이 준결승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상대는 덴마크도, 노르웨이도 아니었다. 100번 경기를 하면 99번 이상을 이겨 마땅한 일본!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금메달 아닌 것은 아예 따 본 적이 없는 우리 여자 핸드볼 팀이 그 깜도 안 되는 일본에게 패하고 말다니…. 억울한 일은 안 그래도 많이 당해 봐서 오히려 참을 수 있겠는데 이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젠 여자 핸드볼도 끝났다. 물론 3·4위전을 벌이겠지만…. 결국 남자 핸드볼만 남았다.


정말 그렇다. 방금 생중계한 남자 하키 3·4위전도 1:0 패배. 남자 하키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안게 되었고…. 그 사이 남자 축구 3·4위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이란에 첫 골을 내주었다.


이제 여자 배구 준결승전 중계하러 이재후 아나운서와 김세진 해설위원이 길을 나선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밀수범 남편을 둔 아낙도 아니거늘 난데없이 떠올려 보는 김동환 시인의 ‘국경의 밤’. 이제 승리는 떳떳이 따내는 것이 아니라 밀수라도 하지 않으면 못 갖다 쓰는 것이 되고 만 것일까?


축구 경기에서 골이 많이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이기는 건 아니다. 동메달이라도 따기 위한 안간힘이 있는 건지…. 상대가 이란인데 마침 이란은 내일 우리가 남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맞붙어야 할 상대.


이란은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상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엔 이란 부통령까지 응원을 왔고, 극적인 역전골은 우리의 전매특허인 스카이슛으로…. 물론 우리는 조별예선 중 이란을 상대로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반 중반 한 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던 게 마음에 좀 걸린다.


축구의 반전이 놀랍다. 4:3 역전승! 남자 축구 준결승전 패배를 전후해 구기종목 전반의 분위기가 마구 꼬이기 시작했지만, 이제 축구의 대반전이 우리 선수단 모두로 하여금 아시안게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하는 전기가 돼 주기를 바란다.


홍콩, 마카오 등과 국경 아닌 국경을 두고 있는 광저우의 밤이 또 깊어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핸드볼에서 금메달, 여자 핸드볼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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