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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Jan 18. 2021

할 수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 박상영

우리도 선수들처럼 올림픽을 맞고 치른다.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나 역시 메달을 목에 거는 느낌이다. “이번에 금메달 x개 땄다”고 자랑하는 건 올림픽을 치르는 아나운서들에겐 벌써 오래된 일이다. 20년 동안 해 온 올림픽 중계. 사연 없는 메달은 없고 메달의 감동은 때마다 새롭다.


이번 대회 우리 선수단의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펜싱 에페의 박상영 선수. 일찍부터 신동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펜싱 중계가 자주 있지 않은 탓에 이 선수를 실제로 보기까지는 생각보다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인천 아시안게임 때 처음 보았는데, 에페라는 세부종목의 특성과 그가 뛰었던 단체전의 특성 탓이었을까? 그가 내 눈 앞에서 따낸 점수는 정작 몇 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몇 년간 들어온 소문은 참으로 강렬하였고 또 그와 함께 뛸 선배들의 면면이 참으로 훌륭하여서 대회 몇 달을 앞두고는 남자 에페가 이번 올림픽에서 정말 큰 일을 낼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힘주어 공언을 하기까지 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중1 때 펜싱을 처음 시작했고 지금 대학교 3학년이니 펜싱을 시작한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첫 올림픽에서 자그마치 금메달을! 최근 재활 기간 1년을 감안하면 이것은 더욱 어마어마한 일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가지 특출한 재능에 온전히 집중한 청년. 기적의 역전극을 연출한 뒤 그가 남긴 한 마디는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해맑은 청년이 품은 바른 생각, 바른 자세! 본질적이지 않은 것에 눈 돌리지 아니하고 어떤 형편에도 차분하게 그저 선한 열심과 성실함으로 삶을 온전하게 채워나가는 그런 자세!


“한 달 뒤면 사그라들 것이고 1년 뒤면 잊혀지고, 4년 뒤면 다시 마음의 짐이 돼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마음의 짐이 되어 나에게 돌아와도 무거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튼튼한 선수가 되어야겠다.”


좋은 것끼리는 통한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수 본인은 펜싱 한 가지만 열심히 한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한 가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다른 많은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들과 온전한 관계 또 조화를 이룰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박상영 선수. 나도 그처럼 철들어야 한다. 나는 만 21세의 청년 박상영 선수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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