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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y 01. 2021

해야만 한다면 언제든 파업

1997년 생애 첫 파업에 참여한 뒤 대여섯 개나 되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게 되었다. 이후 두 세기에 걸쳐 20년 세월, 대략 같은 추세 속에 산다.


언젠가는 밤새 숙직하고 집에 돌아와 겨우 좀 쉬고 있는데 평소 한 마디 얘기도 나누지 않으며 살던 TV 프로그램 배당 책임자가 느닷없이 전화를 한다. 정규 프로그램에 큰 MC로 제대로 배당된 것도 아니고, 부장 통해 약식으로 섭외돼, 특집 프로그램 아주 짧은 부분에 제대로 된 MC라기보다 MC 역할로 잠깐 나온 걸 우연히 TV로 보더니 깜짝 놀라 즉시 경위를 묻겠다면서 씩씩거리며 연락을 해온 것. 결국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은 이 일을 통해 난데없이 들통나 버린 것은 이 자의 머릿속엔 '얘는 절대로 TV에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는 사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도 아니지만, 참으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고..


가끔 제작팀에서 연락이 오면 '우리 사무실 담당자한테 얘기하세요. 그런데 아마 하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얘기한다. 가끔 배당이 되면 '오죽 변변치 않은 일이면  시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테네 올림픽 핸드볼 중계방송', '날아라 슛돌이' 나중에 그렇게    알았으면 아마   있는 다른 사람 시켰지  시키지 않았을 거라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일정하게 성적은 나오지만 주변부의 비인기 종목',  '철부지 어린아이들  차는 데나 쫓아다니는 한심한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렇게, 또 이렇게.. 이 한 세월, 사람은 기를 쓰고 나를 돕지 않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도드라진 일을 하게 해 주셔서 적절히 자존감을 유지시켜 주신, 약할 때 강함 되시는 하나님께 늘 감사! 파업을 위해 내려놓을 프로그램도, 보직도 딱히 없이 이 한 세월 귀한 소신 갖고 살게 하심 감사!


나 태어난 이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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