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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Jun 20. 2021

외우지 마라

아버지께서 재직하신 덕택에 나는 제법 이름난 사립초등학교를 다녔다. 학교의 자랑거리가 참 많았는데 이 중 한 가지가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실험을 거의 다 직접 해보았다는 것. 이 덕에 뭐든 실수도 하고 놀라가며 해본 것과 하여튼 외운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걸 얘기하려면 어렵다. 다 외워서 하려니 힘들다. 논증이 필요한 지점인데 논증이 없다. 생각 없이, 체험 없이 그냥 외웠기 때문에.. '애써 외워 얘기했는데 그냥 좀 믿어 주면 안 되나? 내가 어렵게 외운 걸 다들 그냥 좀 외워 주면 안 되나?'


값비싼 카메라를 사고 난 뒤엔 사용설명서를 잘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플래그십 DSLR 사용설명서를 달달 외운다고 해서 갑자기 예술사진을 넘치도록 찍게 되지는 않는다.


외우지 마라. 체험하고 느껴라.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되고, 외우는 것밖에는 도무지 도리가 없어 보일지라도.. 다시 말하지만 외우지 말자. 깨닫거나 느껴야 할 것은 깨닫고 느껴야지 외워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


혹 무슨 일을 외운 얘기 몇 가지 가지고 억지로 하고 있다면, 아마도 그건 당신 갈 길이 아닐 것이다. 혹 좋아서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결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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