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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Nov 07. 2020

최승돈이 정리한 최승돈 어록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준결승 대한민국:카타르

요즘은 지적 재산권 때문에 제가 중계한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 각종 경기를 다시 보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준결승전 중계 이후 이른바 '최승돈 어록'이라는 게 만들어졌습니다만, 저는 정작 어떤 얘기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달리 구별돼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는지 가늠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세월이 좀 흘러 인터넷에 떠도는 제법 긴 동영상 몇 개를 가지고 당시 중계를 거의 다 볼 수 있게 되면서 추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재조명하면서 반성도 좀 해 볼까 하여 동영상을 죽 훑으며 이른바 제 어록을 제가 스스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좀 가졌습니다.


때마다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하시고 때마다 해야 할 말을 적절히 주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카타르와의 경긴데 사실상 쿠웨이트 심판과의 대결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이렇게, 전반전 시작할 때처럼 후반전 시작할 때도 분위기를 카타르 쪽으로 잡아나가는 쿠웨이트 심판 두 사람입니다.


(카타르가) 지금 여섯 점 리드를 하고 있습니다마는, 실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팀입니다.


(우리 선수가 억울하게 레드카드를 받자) 아! 레드에요. 옐로카드는 아예 안 가지고 나왔나요? 옐로를 줘도 억울한 상황인데 레드를 꺼내는군요.


좋은 선수들에게 중동의 심판이 내미는 것은 카드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분간 퇴장을 명하는) 두 개의 손가락. 좋은 선수들의 (좋은) 경기를 마음 놓고 볼 수가 없는 도하 아시아 경기대횝니다. 그러나 꿋꿋이, 이 짜증 나는 경기를 펼쳐나가고 있는, 견뎌내고 있는 우리 선수들. 박수를 보냅니다.


(나도 잘 아는 내 특유의 비아냥거림) 불지 않나요? 안 부네요! 이상하네요! (이내 호각을 불어 반칙 판정을 하자) 라인크로스죠? 그렇죠!


지금 저희 옆에 제3국의 중계방송단이 있습니다. 지금 중계를 하다가 볼펜을 집어던졌어요. 자, 이런 거 (볼펜 집어던지는 것 같은 것) 중계를 해 드려야 되는 날입니다. 그래야 더 이 경기의 참 내용을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왜 도하에 와서 이런 경기를 세 경기째 중계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중계는 제 일이죠. 경기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아! 또 왜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 찾아가서 레드카드를 주나요? 아니 지금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도 보기가 힘든 판에 어디 앉아있는 백원철 선수를 억지로 찾아가서 거기에 카드를 내밉니까? 참 시야도 넓은 심판입니다.


정말 이 대회를 통해서 심판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정말 속속들이 알게 됐습니다. 아! 핸드볼 심판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군요! (공정한 다수 심판들께 죄송!)


여러분, 중동이 아시아의 수준을 이렇게 떨어뜨려도 되는 겁니까? 이것이 진정한 아시안 게임입니까?


(카타르의 스카이슛 성공) 어! 나름 멋진 플레이예요. 이런 게 원조가 한국인데 우린 이런 거 못하게 해 놓았죠? 다른 규칙을, 두 개의 규칙을 가지고 와서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말이죠.


(카타르 알리의 반칙이지만 반칙 선언이 없자) 알리 선수의 반칙. 심판이 눈을 감고 보지를 않으니 알 리가 없습니다.


스포츠는 스포츠이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 아닌 것들에 의해서 스포츠가 왜곡된다면 우리는 어디서 또 희망을 찾아야 되겠습니까? 지도를 보면 승패를 알 수 있는 경기. 이런 경기가 다시는 없어야 되겠습니다.


경기 끝났습니다. 우리 선수들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해 주었습니다. 졌습니다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핸드볼 선수단입니다.


카타르 선수들이 춤을 추는 모습보다 우리 선수들이 박수를 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보기에 좋습니다.




아무리 지는 경기라도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처럼 '우리 선수들 울지 마십시오. 하지만 기쁨의 눈물이라면 마음껏 흘려도 좋습니다'로 마무리되는 경기가 확실히 좋은 경기겠지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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