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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r 21. 2021

솔직히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

서울 시내 구석구석 옛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 아버지 손 잡고 다니던 때를 떠올렸다. 곳곳에 보이는 제법 오래된 식당들. 하지만 대부분 들어가 본 기억이 없는.. '도대체 왜 그럴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아마 비싸서 못 먹었을 것이다. 조금 무리하면 절대 못 먹을 것도 아니었겠지만 많이 아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밖에 나와 오래 있다가도 밥은 어지간하면 집에 가서 먹었던 기억이..
 
'나는 불쌍한가?' 사실 내가 불쌍하면 우리 또래 대부분이 불쌍하지 않을지.. '우리 아이들한테는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물려주지 않아야?' 아니 오히려 상당 부분 재연할 필요가 있지 않을지..
 
혹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어 보지 못하고 자란 아픔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숱한 사람들이 함께 겪는 부족함을 나는 나대로 겪고 산 것에 대한 감사가 있다.
 
정말 극심한 것은 큰 문제겠지만, 여럿이 공유하는 어지간한 애틋함은 그 나름 교훈이 있고 또 결국 맛이 있지 않은가? 부잣집 아이로 태어나서 부족한 건 없었을지 몰라도 안하무인으로 제멋대로 막살다가 결국엔 인생 망친 숱한 사람들이 또 있는데..
 
솔직히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이 애틋함을 잃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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