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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Sep 14. 2020

수선화를 찾아서

일곱 송이 수선화라는 노래가 있다.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1’(1971)이라는, 참으로 1970년대스러운 이름의 음반에 ‘Seven Daffodils’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곡이 바로  노래다. 대한민국 가요사의 그야말로 커다란 이정표가  ‘아침이슬 같은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당시 청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는 1970년대를 전후해 청년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추억의 향기를 오늘날까지 은은하게 뿌리고 있는 이른바 불후의 명곡이다.
 
 노래의 영향이 참으로 컸으리라고 본다. 많은 부분  노래 덕택에 이른바 386세대의 말미인 우리 또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선화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번안곡인  곡이 애초에 소개될  ‘Seven Daffodils’ 소개된 덕분일지, 장미, 백합 말고 다른  이름은 영어로  몰라도, ‘수선화만큼은 영어로 ‘daffodil’ 것을  알고 있다며 뿌듯해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10  영국에서 유학을  때였다. 가을 지나고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을 맞게 되었다. 학교에  때마다 지나다니던  근처 길모퉁이에는  나무가  그루  있었는데 어느   나무 주위에 생뚱하게도 파가  뿌리 심겨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가  파를, 그것도 난데없이 기껏  뿌리를?’ 파는 생각보다 쑥쑥 자라서 이틀쯤 되니 충분히 자라 ' 문제가 되지 않으면 뽑아가도 되겠다'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파를 발견한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위에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이틀 동안 파라고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수선화였다. 충격이었다. 수선화를  알고 심지어 사랑한다고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수선화를 보고도 수선화인 줄을 몰랐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사랑한다고까지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조금도  실체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말하기란, 단도직입적인 이름의 강의를 해오고 있다. 20 안팎으로 오랫동안 말을 해온 사람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무거나 말하기  번으로 성적을 매기는데 시험을   앞둔 마지막 강의 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부디 여러분이 찾은 진짜 수선화  송이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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