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송이 수선화’라는 노래가 있다. ‘양희은 고운 노래 모음 1집’(1971)이라는, 참으로 1970년대스러운 이름의 음반에 ‘Seven Daffodils’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곡이 바로 이 노래다. 대한민국 가요사의 그야말로 커다란 이정표가 된 ‘아침이슬’과 같은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당시 청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이 노래는 1970년대를 전후해 청년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추억의 향기를 오늘날까지 은은하게 뿌리고 있는 이른바 불후의 명곡이다.
이 노래의 영향이 참으로 컸으리라고 본다. 많은 부분 이 노래 덕택에 이른바 386세대의 말미인 우리 또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선화’란 꽃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번안곡인 이 곡이 애초에 소개될 때 ‘Seven Daffodils’로 소개된 덕분일지, 장미, 백합 말고 다른 꽃 이름은 영어로 잘 몰라도, ‘수선화’ 만큼은 영어로 ‘daffodil’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뿌듯해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10년 전 영국에서 유학을 할 때였다. 가을 지나고 겨울이 또 지나 따뜻한 봄을 맞게 되었다. 학교에 갈 때마다 지나다니던 집 근처 길모퉁이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나무 주위에 생뚱하게도 파가 한 뿌리 심겨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가 웬 파를, 그것도 난데없이 기껏 한 뿌리를?’ 파는 생각보다 쑥쑥 자라서 이틀쯤 되니 충분히 자라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면 뽑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파를 발견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 파 위에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이틀 동안 파라고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수선화였다. 충격이었다. 수선화를 잘 알고 심지어 사랑한다고까지 생각했던 사람이 수선화를 보고도 수선화인 줄을 몰랐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사랑한다고까지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조금도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말하기’란, 단도직입적인 이름의 강의를 해오고 있다. 20년 안팎으로 오랫동안 말을 해온 사람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무거나 말하기 한 번으로 성적을 매기는데 시험을 한 주 앞둔 마지막 강의 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부디 여러분이 찾은 진짜 수선화 한 송이를 꼭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