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반드시 죽'이란 말이 들어간 구절을 검색해 보면 개역개정 기준으로 레위기에서 열두 건이 검색된다. (레위기에서만 검색되는 건 아니다.) 레위기는 율법 가운데 율법으로서 오늘날 신앙인들에게도 매우 엄중한 삶의 지침이 된다.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레위기 20:13)
동성애와 관련해 교회 안팎에서 숱하게 제시되는 구절이다. 법이 없던 세상에 하나님께서 직접 법을 주시며 이르시기를 '가증하다' 하셨고 범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을 명하셨으니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과 품성에 잘 맞지 않는 것이 자못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레위기에 반드시 죽여 응징할 일로 제시되는 일이 동성애 한 가지가 아니다. 이방신(몰렉)에게 자녀를 바치는 행위, 부모 저주, 간음, 근친상간, 수간, 접신, 주술, 신성모독, 살인 등은 반드시 죽여 응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다른 것엔 크게 반응하지 않고 특별히 동성애 반대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우리나라에 몰렉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본다. 수간은 참으로 미미하지 않을까 싶고, 접신을 한다든지 박수무당이 된다든지 하는 일은 적어도 점잖게 취급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동성애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가 더해가는 듯만 하고 인권운동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옹호되기 일쑤니 이에 유별난 경각심이 이는 것은 실로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 말씀을 지극히 단순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서 그저 죽일 듯이 일어나기나 하는 것은 좀 이상하기도 하거니와 다른 부분과 비교해 볼 때 모순되는 요소 또한 없지 않다. 부모 저주, 다른 성적 타락, 그리고 또 다른 일에 '죄다 죽이자'며 달려드는 것도 아니면서.. 실은 그렇게 할 수도 없으면서.. 혹 혐오 범죄의 일종인 호모포비아에 억지로 씌운 가면은 아닐는지..
동성애자를 '죽여야 한다'며 나아오는 사람들은 같은 처벌에 해당하는 다른 죄악에 대해 스스로 어떠한가 먼저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나 또한 자신이 없으되 이와 같은 일에 실로 자신 있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아니함은 바로 성경이 증거하는 바다.
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이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라 (갈라디아 3:11)
그래서 율법으로 구원받을 수 없는, 악한 우리를 위해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히브리서 12:2) 그리스도께서 오신 게 아니겠는가? 율법을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가운데 분노와 혐오 등에 함부로 사용할 에너지를 회개와 용서, 정의, 사랑 등에 온전히 사용하면 은혜는 더욱 커질 것을..
율법이 들어온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로마서 5:20)
철저히 복음에 기초해, 죄인 위해 오셔서 늘 죄인들과 함께 하시고 품어 주시며 회복시켜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처절함 섬김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기만 하면, 교회가 오늘날처럼 욕을 먹을 이유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럼 동성애는 어떻게?'
죄를 정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율법에 예민하고 철저한 듯한 우리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로마서 13:10)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원하신다.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베드로후서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