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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r 01. 2021

한국 교회는 크고 강하여져서 망하였노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신명기 7:7)


우리가 작고 약할수록 하나님의 능력과 영광이 더 크게 드러나는 법. 이런 이유로 하나님의 은혜는 스스로 잘난 사람들 말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주로 베풀어지며 또 더더욱 크게 나타난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 (사사기 7:2)


기드온 앞에 32,000명이 함께 싸우겠다고 모였지만, 하나님은 이 인원이 너무 많고 또 다들 교만해지겠다 하시며 오히려 두 단계에 걸쳐 인원을 마구 추리신 끝에 딱 300명만 남게 하기도 하셨다.


삼일운동 당시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 그러나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이후 투옥된 기독교인의 숫자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 투옥된 사람의 숫자를 다 합친 것보다 1.5배가량 많았다는 통계가 있다.


오히려 작고 약할 때 고통과 희생 가운데 참으로 더 큰 본이 되고 더 큰 복이 되었던 우리 믿음의 선배들. 광복 후 영어깨나 할 줄 알고 교회를 출입하는 사람들이 이를테면 출세하고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이 나라의 기독교는 지속적으로 그야말로 커지고 세졌지만, 그 순수성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었을지.. 또 여하튼 그렇게 크고 강해지는 일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도취되었던 것인지..


이제 한기총 같은 데서 1,200만 기독교인을 운운하면 전 국민이 학을 뗀다. 실속은 정말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그 숫자가 그렇게도 좋을까? 이 와중에도 무슨 미련이 남아서 그 숫자를 그렇게 꼭 붙잡고 되지도 않는 큰 소리를.. 하나님이 아니라, 그 숫자를, 그 숫자로 비롯된 힘을 믿고 ‘나의 성공한(?) 사역이, 이 부흥의 숫자가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두려울 따름이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고린도후서 12:9~10)


한국 교회는 실로 크고 강하여져서 망하였노라. 이른바 성도들은 하나님을 믿지 아니하고 크고 강한 것을 숭상하다 죄다 실족하게 된 것이고.. 혹여 온전한 믿음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면 우리는 진정 작아지고 낮아져야만 하리. 그것이 비록 고난의 길일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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