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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Oct 22. 2020

교회? 장로?

한 군데 다니기도 쉽지 않은 교회를, 애초의 뜻과 달리 몇 개째 다니는 중이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한데, 기회만 있으면 보수교회임을 강조하곤 하는.. 그러지 않는 교회가 이 나라에 몇 개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애초에 지극히 악명 높은 곳이 아니라면, 나름 노련함 덕택이랄까, 목사님들의 설교를 통해 일반 성도가 상처를 받는 일은 생각처럼 흔하지 않다. 오히려 건강한 보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쉬 시험에 들게 되는 것은 임의의 장로님들이 이른바 대표기도를 할 때.


“우리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구해 준 미국에 감사하게 해 주시옵소서!”


예전 출석하던 교회에서는 심지어 이런 기도까지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을 그렇게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라면 혹시 몰라도 마치 미국이 곧 메시아인 양..


1987년 6월 항쟁 시절 주일예배 때 들은 '우리 청년들이 데모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 같은 건 정말 주옥같은 고전에 속한다. 같은 장로님께서 몇 달 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하실 때 느꼈던 기묘한 감정은..


전광훈이란 사람이 ‘애국장로단’을 언급했다. ‘대한민국 장로연합’? 그 대표쯤 되시는 분이 지금 내가 등록된 교회의 장로이신 것 같은데..


한두 해 전 교회생활에 많은 회의를 느낀 딸을 얼르고 달래서 어렵게 부활절 예배를 함께 드렸다. 그런데 특순 말미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 일장기. ‘어떤 장로님의 뜻이었을까?’


나 혼자도 힘들고, 온 가족이 함께 교회생활 하기 정말 어렵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설교를 듣는다. 예수를 증거한다기보다 이른바 근본주의라 불리는 편협한 신념 또는 큰 교회의 위세를 증거하는 듯한 설교를 몇 주째 듣는다. 실은 목사도 장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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