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표현의 자유
'다름'의 인정과 존중, 태도에 관하여
최근 어쩐지 찜찜하게 남아있는 내 마음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침에 나를 차분히 앉힌 후 엉킨 생각들을 무작정 적어나가며 말로는 표현 못했던 나의 깊은 내면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수선한 생각들이 일목요연해지고 몰랐던 나의 진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얼마 전 개인 생각의 자유를 침해받는 경험을 하고,
책을 읽다가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적어보기로 한다.
누구에게나 생각의 자유는 얼마든지 표현할 권리가 있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타인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의 ’다름’을 섣불리 ‘틀림’으로 치부하는 것은 멀리멀리 경계해야 한다.
‘다름’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태도란,
타인 간의 생각의 차이가 있을 때에는 우선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상대가 그것을 또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자세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 형식이 되는 것.
누가 이기고 지고,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그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점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단, 자신의 부족한 논리를 자각하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섞이면 안 되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자신을 눈치채는 게 중요하다.
감정이 앞설 수는 있지만 끝까지 자신이 옳고(그걸 말로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도 강요하는, 그런 사람 앞에서는 어쩐지 더 이상 대화가 어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고 만다.
나와 다른 부분이 많이 불편하면 조금 거리를 두었다가, 충분히 다시 대화하고 싶어 질 때쯤 그때 해보면 된다.
한편, 나와 생각이 다를 때 결코 보여서는 안 되는 태도는 ‘너의 생각은 틀렸어, 그러니까…’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그 뉘앙스 안에는 네 말 듣기 싫고 닥치라는 뜻이고,
‘다 너를 위해서, 다 너를 아끼고 좋아하니까…’라는 식의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상대를 위한다는 얼핏 이타적인 표현을 빌려,
결국 본인을 위해 상대를 휘두르기 위한 말,
즉 폭력이나 다름없으니까-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은 인간의 필연적인 조건인데, 세상사를 극단적인 흑과 백으로 보고 진실과 사실을 중시하기보다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대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은 정치권과 인터넷에도 새고 샜다.
혐오를 부추기고, 합리적 논의가 없고 다수와 목소리 큰 쪽이 상대 입을 막아버리고는
비겁한 사람들보다 생뚱맞은 그저 비호감인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풍경을 자주 목격하는데
올바른 시선으로 비판의 대상을 봐야 한다.
흑백 논리가 막무가내로 통용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자체 검열을 하게 되고,
만인에 의해 만인의 감시사회가 되고… 이게 바로 다름 아닌 헬 게이트다.
극단적으로 상대의 입을 닫게도, 억지도 열게 해서도 안된다.
아무튼 분명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인 건 사실이지만
관계를 더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 이런 합리적인 태도를 의식하며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해야 한다.
단,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공정한 태도로.
계속 충돌이 잇는데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건강한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면 된다.
대부분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럴 때 좋은 핑계 삼아서-
나 조차도 조금이라도 그런 태도로 상대의 다른 생각을 다루는지 돌아봐야 하고
나의 생각을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상대의 생각도 존중하되,
휘두르지도 휘둘리지도 말아야 한다.
내 안에서 맴도는 어떤 생각들이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한 채 한동안 방황했었는데,
글로 쏟아내고 나니 손가락 끝에서는 묘한 전율이 느껴지고, 생각에 조금 체계가 서는 느낌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체한 듯 답답했던 마음, 근심을 치열하게 꺼내어보면서 조금은 후련해진다.
그것이 잠시 지나간 생각일지라도 그 언어들이 내 사고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스며들고,
너끈한 자유를 느끼고,
이런 경험들이 자꾸만 더 생각하고 기록하고 나아가라고 욕망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