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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Jan 01. 2022

하찮은 행복과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21년 새해에는 ‘리부트 프로젝트’라는 온라인 모임을 하며 분명 그 전 해에 비해 새로운 일을 하며 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계획과 실행은 이미 연초에 흐릿해졌고 막상 계획한 것에서 이룬 것은 거의 없다.

(그것은 나의 넥스트 준비를 위한 포트폴리오 만들기와 운동 기록…)

막상 그때에 세운 계획들 보다 다른 일들에 재미를 느끼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니, 그래도 지난 한 해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은 무엇보다 남편이 박사 유학 5년 반 만에 졸업하며 무사히 귀국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남편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이뤄졌고, 우리 가족이 완전체가 된 의미 있는 해이다.

3년 만에 함께 보낸 따뜻한 연말

나는 양육 분담이 되어 여유가 생기고 안팎의 내 일에 더 전념할 수 있었다.

내 직장에서는 생경한 새 프로젝트 리더를 맡으며 과정에서 즐기고 좋은 성과를 이뤘고, 밖에서는 전혀 예상에도 없던 친구들의 사업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기록의 소중함과 맛을 알게 되어 브런치를 시작... 등등


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했다.

계획했던 ‘새로운 도전’ 방향은 아니지만 나에게 맞고, 나답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은 일들을.



연초에 ‘장기 계획’이란 것을 해보며 역시나 사람의 의지는 약하구나,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고, 그중에서도 나라는 사람이 더욱 약하구나-라고 느꼈다.

새해마다 연말쯤에는 조금 달라져 있는 나를 느껴보고자 하지만 사람은 그리 쉽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알면서도 또 매년 새롭고 설렘을 느끼고 싶어서 1년의 계획, 장기 계획을 세워보지만 금세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안 하던 새로운 일일 수록 더욱 그렇고, 그것으로 나를 강박으로 밀어 넣었다가 결국은 그것들을 회피하면서 “애초가 왜 이런 계획을 세워서, 어차피 못할 거면서..”라며 종종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의 근본은 정말 바뀌지 않고, 나는 정말 새로운 일에서 더욱 불편함을 느끼고, 도전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구나 싶다.


이런 반복들을 통해 나는 나의 쉽게 바뀌지 않는 성질,
겁 많은 내향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향적인 사람이 안 어울리는 행동을 했을 때 금방 에너지가 소진되니,

내가 할 수 있고,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겁이 많은 위험 회피형이자, 수동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나의 고질적인 성향을 인정하는 것부터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을 잘 안다.

반대로 나의 장점은 행동이 앞서지 않고 신중하다는 것, 주로 화자보다 청자의 입장이다 보니 경청을 하고 내가 진심으로 신뢰하고 확신하는 내용을 주로 표현하다 보니, 나에게는 ‘신뢰감’이 강점이 될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많다는 것은 확신이 부족하고 불안도가 높다는 것인데 그 불안 감정의 주범은 다름 아닌 오직 ‘나’이다.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두려워하는 만큼 그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가며 지레 겁먹고 미리 두려워하는 건 경계하려고 한다.

'변화'라는 개념은 어쩌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온다.
변화는 전혀 새롭거나 비장한 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한 후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 그것이 어른이 해야 하는 '감수'이자 단단해지는 길이다.


스스로에게 다그치기보다, 조금씩 스며드는 습관을 길들이고 루틴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이제는 당장 성과나 결과를 내놓는 일보다 천천히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다.

조금 더 앞서고 뒤에 서는 일은 별로 의미가 없고,

나에게 맞는 적절한 속도와 온도에 맞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것, 나를 데리고 근 40년 살아보니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이란 모름지기 언젠가 찾아올 마지막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단한 일들을 이루는 것이 아닌 끝을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더 값지고 귀하게 느끼는 것-

새로운 것을 더 하지 않아도, 나는 매일 나와 내 아이를 준비시키고 출근하고, 일상에서 끊임없이 주어지는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다.

오히려 주변의 시끄러운 소란에 초연해지고 꾸준하게 제자리를 지켜내는 일이 은근 내공이 필요하고 알짜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오늘은 새해 첫 날을 맞이하여 하루를 작고 잘게 나누어 느껴보기로 했다.

어젯밤 티비를 보며 늦게 자는 바람에 늦잠을 자려고 했지만, 저절로 적당한 아침 시간에 눈이 떠졌다.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몸을 일으켜 서재에서 잠시 좋아하는 책을 집어 들어 읽다가 적고 싶은 글을 기록한다.


내 가족이 아직 잠들어 있는 고요한 아침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챙겨서 뿌듯함과 행복감이 차오른다.

하루의 시작을 조금 다르게 시작해보는 것만으로

새로운 기분이 들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것은 소소하고 하찮은 일에서 느낄수록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딱히 새해 계획은 없다.

그저 이 정도만 의식하면 한해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하고 하찮은 것에서 행복 느끼기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기
-꾸준히 걷기

비슷한 일, 비슷한 얼굴들을 마주하며 어떤 날은 보람찼다가 또 어떤 날은 쓸쓸함을 느꼈다가

삶의 한 조각을 떼어보면 나의 생활은 늘 그랬듯 비슷한 풍경이겠지만,

동그랗게 굴러가는 쳇바퀴 일상에서 주는 평온함을 감사해야지.

그리고 나뭇잎과 울창한 숲 둘 다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는 해가 되길 바래본다.

젊은 나의 30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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