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나아가는 길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자신들의 삶의 방향성을 찾아 나서서 고민하다가 다른 길을 선택하여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저께 점심시간을 함께한 나의 가장 친구 역시도 오래전부터 탐구해오던 방향으로 발을 어렵게 내딛고 있었다.
옆에서 부딪쳐가며 나아가는 모습을 쭉 지켜봐 왔기에 응원하는 마음과 동시에 뭉클하기까지 했다.
나의 친구들을 보며 ‘그렇다면 나는?’이라고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아가는 방향'은 각자의 가치관과 지향점에 따라 점점 그 모습이 달라진다.
회사 생활을 하며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숱하게도 봐왔다.
그중에서도 처음 가까운 동료가 떠났을 때가 생각난다.
약 8년 전, 디자인 동기 중 한 친구가 유학을 떠났을 때 자신은 더 큰 세계에서 배우고 나아갈 거라며 떠날 때는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그때는 왜 기분이 이상했을까?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나? 아니면 나에게도 유학이라는 꿈이 있던 걸까?
마치 다 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그들은 중간에 내려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느낌이랄까, 그때는 그랬다.
그때의 나는 고장 난 나침반처럼 ‘나만의 방향성’이 없이 그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거 같은 감정에만 집중하며 심란함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가 루틴과 일을 만들어내는 일이란 상상하기 어려웠고, 자유가 쥐어지면 마구 게을러지고 흐트러질 것만 같았다.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결국의 나는 동그라미처럼 굴러가는 쳇바퀴 일상이 주는 안온함 속에서 '나만의 나아가기'를 선택할 거기 때문이다.
여태 해왔던 자신의 일을 돌연 그만두고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만이 큰 용기가 아니라,
여태 해오고 쌓아온 일을 앞으로도 가능한 오래, 변함없이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재조정하는 것도 정말 큰 결단의 태도인 거 같다.
나의 현실적인 한계를 직시하는 것 또한 큰 용기이기 때문에.
무모한 것보다는 신중한 것이 낫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거운 고민을 해서 나아가는데
발목을 붙잡는 건 아닌지, 나의 고민과 생각에만 예민하게 집중하는 건 아닌지,
가끔은 스스로를 서늘하게 돌아보며 안온한 동그라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갈 길을 더 넓게 열어야겠다.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다른 모습의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생산해내는 일을 선택하고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을 응원하고 대화의 희열을 느끼며,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