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보이는 불합리성 표현
사람의 많은 부분 움직임을 결정짓는 것은 '기분'이다.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 때, 어떤 일이 있었나, 나는 어느 지점에서 그런 기분을 느꼈나,
가능하면 그 기분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방치해두고 웬만하면 스스로 삼켰던 부분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코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는 좋지 않은 거 같다.
방치해 부분을 최대한 꺼내보고, 단순한 감정의 문제인가, 얘기를 꺼내서 해결이 될 문제인가, 해결되지 않아도 표현을 해야 하는 부분인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본 후(사실 밤 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제 결국 상대에게 표현해보기로 한다.
나와 맞서는 일도 피로한데, 그것을 상대에게도 올바르고 필요한 핵심만 정제해서 꺼내 보이는 것도 분명 스킬이고, 쉽지 않다.
아무튼 에너지가 꽤 소모되는 일인데 그렇게라도 엉킨 실타래를 풀고 서로 챙겨야 하는 대상은 나에게 있어 이렇게 세 그룹인 거 같다.
1) 나의 가족
2) 나의 가장 친한 사람(쭉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3) 나와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
어제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상사에게서 매우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오랜 그녀의 경력을 존중하고 말과 행동에 대해서 내가 납득이 안되더라도, 그녀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겠지, 이해하려고 해왔다.
한 라디오에서 "'대체 왜 저럴까?'라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은 내 눈높이가 아닌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해보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젖게 업무에 있어 말도 안 되는 지점에서 사적 야망이나 고집을 부리는 포인트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업무를 전혀 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응당 해야 하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에게 쥐어줬다. 고민하다가 그런 불합리적 사례가 최근 여러 건이 있어서 나열한 후, 어제 같이 미팅할 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면담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앞으로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업무 R&R)’이라면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했다.
(역시나) 발끈하며 자신은 자신의 기준은 명확한데 나한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분은 우선 말로는 '님'호칭과 존댓말만 쓰지만, 정작 태도에는 ‘존중감’이라는 것이 없다. 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먼저 자신의 발언을 거침없이 한다.
'경청'이라는 것은 하지 않고 매사 일방적인 생각만 내세운다.
누군가가 불합리성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조직이 더 나아지기 위해 경청할 가치가 충분히 있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또 무시당하니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경청해주는 태도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태도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크게 실망하게 된다.
면담 이후, 그녀도 내심 미심쩍었는지 내 자리를 오가며 다른 건으로 말을 건다.
사실 나도 팀장 이상, 임원의 자리란 선후관계를 다 챙길 수는 없고, 일개 팀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다 들어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할 수 있지만, 최소한 경청이라는 건 중요한 거 같다.
아주 잠깐 왔다 가는 일시적인 마음 상태가 ‘기분’이라고 하지만 잠시 들렀다 가는 것이라도 해도, 그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에 따라 표정이 바뀌고, 가끔은 그 기분이 만들어낸 태도가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나에게 찾아와서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 기분,
그 기분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잘’ 보내줄 준비는 되었나.
그 순간, 그날의 기분도 아주 중요하지만 그런 기분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가 된다.
결국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통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있어 합리적 기분이라고 판단이 되면 어떻게라도 표현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속마음 일기를 쓰고 이제 내가 기분 좋아지는 것을 잠시 하다가 출근해야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