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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Feb 11. 2022

계약직 면접

라떼와 MZ세대의 격세지감


며칠 전, 우리 팀 계약직 채용을 위해 면접을 진행했다.

작년 말부터 일은 늘어나는데(정확히는 모든 업무의 일정이 확 바트 해졌는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수차례 인사담당에게 정규직 TO요청을 했으나, 결국 계약직 TO를 어렵게 받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의 회사 입장은 여러모로 경제가 어려운데 정규직 채용은 사치였다.

나름의 정기적 모범 일자리 창출(?)을 꾸준히 해오던 회사였는데 신입사원 채용을 안 한 지도 어언 5년이 넘었다.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나의 업계는 타 팀에서 신입사원을 상시 채용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바로 현업에 적응하고 많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했고, 이것은 모든 시장의 현실인 듯했다.

그만큼 작금의 대졸 취업 준비생들은 우리 때와는 사뭇 다른 여건에서 자신들만의 생존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을 가늠해보았다.


이번 주 면접 본 면접자는 5명.

96~98년생 사이의 MZ세대, 평소 대화할 일이 거의 없는 그들과 일대일 면접을 보는데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요즘 미대는 6년 제인가

4년의 대학생활에서 이 많은 것들을 다 배울 수 있다고? 다를 줄 아는 툴만 해도 최소 두 개 이상의 전공을 배운 듯하고(실기는 보지는 않아서 정확한 수준은 알 수 없지만), 미대가 6년제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라떼 대학생활 때에는 상상도 못 한 고퀄리티의 경력과 포트폴리오에 놀라웠다.

그러고 보면 내가 대학 생활한 십수 년 전에는 많은 방식을 아날로그식(?)으로 배우고 노트북과 장비는 3, 4학년 고학년 되어서야 큰 맘먹고 사곤 했는데, 요즘은 입학하기도 전에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일 테니 시대 배경 자체가 다르긴 하다.


거침없는 자기중심적

전반적인 소감은 좋은 의미로 '거침없이 자기중심적'이었다.

포트폴리오의 설명과 질의응답이 끝나고 나면, 면접관들에게 질문이 있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는데 하나같이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했다. 계약직 포지셔닝의 첫 번째 실무 면접인데도, 그 질문은 고용되는 것도 마치 자신의 선택인 것과 같은 태도여서 조금 놀라웠다.

자신이 이곳에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 무엇을 이루고 성장할 수 있는지가 ‘이곳을 선택할 이유’처럼 들려서, 당돌함에 놀라고 한참 후에는 작은 질투심마저 느꼈다.

그리고 비장하고 거침없는 태도는 요즘처럼 힘들고 치열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한 자신들의 갑옷과 같은 무기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열광하는 MBTI

나는 솔직히 MBTI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자신을 알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고 찾아나가는 것인데, 몇 가지 질문과 분석으로 자신을 알 수 있을까? 혹자는 예전의 혈액형이나 별자리보다는 훨씬 정교해서 그럴싸하다고 항변하지만, 어디까지나 재미이고 ‘자신의 정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에 대해 나는 저항하고 싶다.

사람이란 복잡하고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면이 있다고 믿고 있어서 MBTI로 자신의 많은 것을 대변하는 것, 상대를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MBTI를 물으면 주로 관심 없다고 해왔던 거 같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MBTI는 그야말로 열풍이고 재미를 넘어선 신뢰랄까.. 다른 차원의 수단인 듯하다.

나는 한 면접자에게 주변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는지? 질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MBTI를 밝히며 이렇다더라- 이야기했다.

사실 면접 전의 원서에서는 몇몇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첫 장에서 자신의 MBTI가 적혀있는 것을 봤기에 놀라진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MBTI가 그저 단순한 유행은 아님을 체감했다.

자신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MBTI를 하나의 도구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차원으로 왜 유행하는지는 수긍이 됐다.

여러모로 불안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사람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쉽게 재단해버리는 것이 아닌,

급변하고 정보 넘치는 시대에 비교적 자신을 빠르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정도로만 지혜롭게 쓰이길 바란다.(어쩔수 없이 스스로 재미없는 ggondae라고 인정하게 된다..)




면접이지만 젊은 새대와 짧게 대화를 해보니 위아래로도 살피고 잠시나마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나를 돌아보고 표현하면서,

때로는 나의 생각에만 예민하게 집중하고 아닌가- 서늘하게 자신을 돌아봐야겠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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