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대모험’
최근이 돼서야 우리 동네 구석구석 다니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어디를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제한되다 보니, 남편이 몇 개월 전 동네 마실을 '우리 동네 대모험'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아이에게 제안하면 아이는 무척이나 신이 나곤 했다.
단순하게 익숙한 동네를 다니는 일이지만 ‘우리 동네 대모험’은 평범함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단어이다.
이번 주 어린이날 주간을 맞이하여 캠핑, 아쿠아리움 등을 다녀온 후 아무 일정이 없는 주말, 오랜만에 우리 동네 대모험을 하러 나섰다.
내가 사는 동네는 평지가 거의 없고 낮고 작은 산과 한강 사이에 비스듬히 끼어있다 보니 울퉁불퉁한 언덕도 많고 지형적으로 특이한 동네다. 내가 여러 동네를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한강이 가까이 있으면서 이런 지형적 특징은 분명 이 동네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9년 전 결혼 후 첫 보금자리로 이 동네에 살았을 때에는 이런 매력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여러 번 이사를 오가며 8년 만에 이 동네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
한강
한강 도보 거리에 사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한강으로 이어주는 작은 토끼굴은 지나는 순간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해서 낯선 어딘가로 온 거 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 이곳에서의 물 냄새, 바람, 도로에서 건너는 차 소리, 불빛마저도 평소와 다르게 보이고 매료될 수밖에 없다. 산책로가 고가도로 아래에 있어서 얼핏 쾌적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연과 바쁜 서울의 절묘함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공원보다 더 매력적이다. 나의 방공호와 같은 한강 산책로에서 걸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나의 하루가 잘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최근에야 느끼는 거지만 서울 한가운데에 이런 거대한 강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축복이다.
오늘은 나의 아이와 강바람을 쐬며 걸어보고, 다음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달맞이 근린공원으로 향했다.
달맞이 공원
아파트들 사이에 하나의 성처럼 우뚝 서있는 소위 동네 뒷산인 달맞이 공원은 계단으로 10분 정도만 오르면 탁 트인 서울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해발 고도가 80m 정도여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면서도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뒷산이 있다는 것도 엄청난 축복이다. 9년 전에 2년 동안 살면서 이곳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가 의아할 정도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기쁘고, 내 아이와 함께 오니 더욱 좋았다.
내 아이는 낮은 계단은 혼자서 씩씩하게 잘 오르다가 높은 계단에서는 힘들다며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왜 이렇게 계단이 높았다가, 낮았다가 고르지 않느냐고 묻길래, 높은 계단은 힘이 들지만 빨리 올라갈 수 있고, 낮은 계단은 힘은 덜 들지만 느리게 올라갈 수 있어서 너무 느리지도 너무 힘들지도 않게 적절히 섞여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자 딸이 하는 말,
“아휴.. 난 느리더라도 힘이 덜 드는 게 좋아!"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잘 오르는 자신을 뿌듯해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정상에서 탁 트인 한강 전망을 구경하고 비눗방울도 날려보고 내려가는 길은 제법 수월하게 내려왔다.
집에 거의 와서 딸은 오늘의 대모험이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듯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