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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Mar 31. 2022

내 아이의 투명한 렌즈

특별함이란 시선의 각도에서 나오는 것

내 아이가 동네 유치원에 입소한 이후 내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엔 함께 도보로 등원하고 있다.

집에서 유치원까지 door to door로 약 400~500미터, 아이와 걸어서 가는 시간은 15분 정도 걸린다. 원래는 700미터 정도에 거리에 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남편이 주민센터를 통해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하고서, 그 길로  가면 아주 편하게 등원할 수가 있다.

유치원 입구, 언덕 많은 우리 동네 :)

며칠간 아이와 등원하며 새삼스레 발견한 점은, 내 아이의 세상 호기심 많은 렌즈이다. 아이 눈에는 어쩜 그리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궁금한 게 많은지, 가는 길에 보이는 모는 것들을 궁금해하고 의인화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고, 가장 신기한 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이크로 사이즈까지 발견할 수 있는 능력,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의 그림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의 시선은 티 없이 맑다. 무언가 이유를 만들거나 합리화하는 거 없이, 있는 그대로 모든 것에 솔직하고 중요한 면을 찾아내어 보여 준다.

한때 나도 가졌을 시선이겠지만, 세월과 함께 떼와 부유물이 많이 끼어지며 흐릿해졌다. 아이와 정반대로 정신을 깨우는 커피(생명수) 없이는 아침을 시작할 수가 없고, 출근길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초점 없이 흘려보내는 나의 모습. 흐린 눈을 하고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내 뒷모습을 생각해봤다. 그것이 사회적 요령일지라도 어쩐지 안타깝게 느껴지던 때, 아이가 가진 뽀득뽀득하게 깨끗한 시선은 나의 시선을 한번 정화시켜주며 가르침을 준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이와 전쟁같이 매일 아이와 차로 통근하던 때에는 내 아이의 시선 너머를 볼 여유를 내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만 늘 마음먹기에 따라 조급함을 느끼거나 그런 아이의 행동들을 사랑스럽게 보거나, 단 한 번의 긍정적인 생각 전환으로 '특별함'이라는 것은 선택할 수가 있다.

특별함이란 다름 아닌 마음가짐과 시선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의 카메라 렌즈를 어느 기준을 놓느냐에 따라 특별했다가, 평범했다가는 내가 만드는 것.

내 아이의 시선으로 내가 더 선명히 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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