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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Oct 03. 2022

간절함

관점 전환이 필요할 때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작년 이맘때부터 브런치에 나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몇 달간은 어쩐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잘 써지지 않아서 서랍 공간에만 지난 일기의 한두 문장들만이 가득하다.

이곳에 기록할 때에는 마치 나를 반쯤 유체 이탈하고서 나 자신을 저만치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고, 나를 다독이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루하루를 소화해내는 것만으로 하루가 가득 메워지고 돌아보고 기록하는 것에 게을러졌다.

그러다 보니 또 곧 하루하루를 나의 관성대로 생활을 하고, 한편으로는 평온하게 흘러 보내고 있었다.


뭐 이렇게 평온한 상태여도 괜찮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 순간 평온한 상태는 내가 정체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마음이 이런 상태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금의 나를 돌아보니 새로운 것들이 던져지면 반사적으로 ‘안 되는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일은 훨씬 쉽고,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관성 회로로 인해 이유는 끝도 없이 나온다. 그리고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새로운 것들에는 쳐다도 보지 않게 되고 흘러가는 사고방식에 더욱 충실하게 된다.


한 뼘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보느냐 혹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남느냐의 갈림길에서, 이 자리에 그대로 남는 것은 현재로서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자연도태를 의미하는 듯하다.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머무는 게 아니라, 퇴보한다. 불편감을 감수하고 내 안의 허들을 넘으려 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불편한 것들과 마주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현실은 생각만으로 그저 피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냉수 벼락 맞고 정신 차리는 체감이 필요하다.


처음 내가 가장 낯선 시작을 했을 때를 떠올려보았다. 가파른 언덕 위에서 찬바람을 빰에 맞으며 서있는 그 기분. 나는 타고나기를 내성적이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시작조차 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어 하는 습성 때문에, 가끔은 낯선 어딘가로 몰아세워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아무도 나를 강요하거나 방해하지 않아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마음의 허들이다.

과거의 공기를 내보내고 새로운 공기 받아들이기. 과거에서 벗어나고, 습관처럼 떠오르는 생각 적극적으로 밀어내기.


마음을 고요히 바라봐야지.

간절함을 지니되, 동시에 안되면 말고-

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이다.

연휴로 떠난 제주여행- 10.02 김녕 해수욕장에서의 황홀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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