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와 무한함
유난히 힘이 부치는 하루 끝에 사무실에서 잠시 창밖을 내다보니 무지개가 선명하게 걸려있었다.
장마철은 지났는데 스콜처럼 비구름이 지나간 직후에 마주친 무지개는 선물 같아서 잠시 마음이 들떴다.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는 너무 오랜만이라 창밖으로 멍하니 보다가, 음미하겠노라고 빠르게 사무실을 나섰는데 금세 사려져 있었다.
먹구름만이 남은 하늘을 보니 순간 아쉬움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이 올라왔다.
고양되는 기분만큼이나 똑같은 깊이로 반대의 기분이 드는 일은 늘 크게든 작게든 찾아오는 것처럼.
덕분에 하늘을 올라다 본 게 얼마만인가-
무지개는 사라졌지만 멀어져 가는 구름을 쳐다보며 걸었다.
그러고 보면, 하늘은 단 하루도 같은 하늘인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색은 매 순간이 다르고 두 눈앞에 펼쳐진 넓은 하늘을 보고 있자니 기적 같은 시간도, 두려운 시간도 지나가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난 작은 일들, 그리고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시종일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저곳에서 실어 나르는 일들은 마치 내가 위험하고 무서운 일들이 가득한 곳에서 살고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을, 자연을 보며 느끼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시선의 앵글을 나를 중심으로 놓았다가, 저 먼 곳 어딘가로 두었다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