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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퍼스타 쭈디 Jul 28. 2023

달궈진 슬리퍼를 신는, 그 기분이란

주택살이

주택살이를 시작하기 전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도 특별히 싫어하는 계절도 없었다.

봄인가 보다, 여름이 왔나 보다..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주택에서 맞이하는 계절은 모두 너무 특별하다.

봄은 이래서 좋고, 여름은 그래서 좋고, 각 계절마다 좋은 것들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여름은 너무 뜨거워서 좋다.

우리 집에는 썬룸이 있는데,  천정과 3면이 유리로 되어있다.

기온이 조금만 높아져도 그 안은 아주 건조해진다.

문을 닫아놓은 상태라면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삭거리는 공간이 된다.

대용량 건조기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혹시라도 벌이나 나비등의 곤충이 이 공간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면 바싹 말라 곤충표본이 된다.

정원의 생화를 꺾어 놓으면 순식간에 멋진 드라이플라워가 되기도 하고, 고추나 호박을 말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곳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건조기보다 빠르게 바싹 마른다.

이렇게 여름은 너무 뜨거워서 좋다.


그러나 단연코 최고는 집에서 정원으로 바로 나가기 위해 놓아둔 슬리퍼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 지글지글 달궈진 슬리퍼를 신는 그 느낌은 주택살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맛본 색다른 희열이다.  태양의 뜨거운 기운이 발바닥을 통해 몸 전체를 관통하는 짜릿한 느낌.

달궈진 슬리퍼를 신는, 그 기분이란 마치 내가 보조배터리가 되어 태양광으로 급속충전이 되는 상태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건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다.


여름은 뜨거운 게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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