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살이 5년 차에 처음으로 텃밭에 수박을 심었다.
여름만 되면 몇몇 이웃들의 애플수박이 너어무 부러웠다.
그동안 짝꿍이 고추나 오이만 심어서 올해엔 애플수박 노래를 불렀더니 어디선가 모종을 5개나 사 왔다.
룰루랄라 ~ 반평 텃밭에 모종을 심고 매일 물을 줬다.
싹이 나고 무섭게 자라더니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수박이 제 모양을 갖춰서 크기 시작했을 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랏.. 이거 애플수박이 아닌 것 같은데?
어쩐지.. 미심쩍다.
뭐든 대충인 성격이라 정말 애플수박인지 재차 물어봤는데, 서산 장터의 아줌마가 확실히 그리 말씀하셨단다.
"그게 그거 작은 그게 맞다니께~"
그런데 내 보기엔 그게 그게 아닌 것 같다.
이 남자가 지방까지 내려가 수박종자 사기를 당했네.
애플수박은 동그랗다던데, 이 수박은 뭘까 인터넷을 한참 뒤진 후에 복수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복수박은 길쭉한 모양인데 당도나 맛은 비슷하다는 정보를 얻은 뒤,
혼자 조용히 짝꿍을 용서했다.
어쨌든, 매일매일 수박을 확인하고 수확시기를 목 빠지게 기다려서, 뜨거운 태양아래서
왠지 당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것 같은 날 수박을 땄다.
진짜 떨리는 마음으로 수박을 갈랐는데 너무 잘 익었다.
"우와 ~"를 외치며 세 식구가 한입씩 베어 물고 서로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
수박이 뜨겁다.
이게 진짜 여름수박 맛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