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퍼스타 쭈디 Oct 20. 2023

타 지역에서 이사 오셨어요?

파주의 겨울

날씨가 서늘해지다 못해 춥다.

최저온도로 맞춰놓은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겨울에 접어든 것이 확실하다.

개인적인 내 생각으로는 파주의 겨울은 10월 말부터 4월 말까지, 1년의 반이 겨울이다.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파주에 이사를 온 시기는 가을의 끝자락이었다. 어느 해, 11월의 마지막 날.

이사오자마자 맞이한 그 해 겨울, 몸이 이상징후를 보였다.

집 짓고 이사하느라 너무 힘들었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마흔이 되더니 역시 몸에 이상이 생기는구나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특히나, 손끝과 발끝의 피부가 탁탁 터지는 것이었다.

말초신경이 몰린 터진 손가락 끝의 통증은 기분 나쁠 정도로 아리고 컨디션을 저조하게 했다.

발끝은 또 어떤가. 엄지발가락 끝이 터지니 걸을 때마다 아프고 짜증이 났다.

처음엔 신체에 수분이 부족한가 싶어 물을 좀 많이 마셔도 보고,

다음엔 보습에 좋은 고가의 로션을 사서 정성스레 듬뿍듬뿍 발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잘 아물어간다 싶다가도 다시 터지기를 반복했다.

내 생각과 다르게 혹시 몸에 큰 이상이 생겼나 싶어 결국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에 난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타 지역에서 이사 오셨나 봐요. 파주가 좀 춥죠? 가끔 예민하신 분들은 이러기도 해요.
금방 적응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파주가 괜히 파베리아가 아니구나. 첫겨울의 신고식을 제대로 하는구나.


파주의 겨울은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정원의 식물들도 힘들다.

내가 이사 온 그 해 겨울은 특히나 혹독하리만치 많은 눈과 강추위였다.

파베리아의 위력에 식물들도 절반 이상이 동사했다.

에메랄드그린이 10그루 넘게 죽어서 모두 뽑았고, 예쁘게 심어놓은 남천도 모두 죽었다.

죽은 나무를 뽑고 새로 심으면서 나랑  짝꿍은 이런 대화를 했었다


" 우리 올해 여름 지나고 집을 내놓자. 올해 겨울이 오기 전에 집 팔고 이사 가자.

따뜻한 남쪽으로 가자. 여긴 식물도 사람도 살 곳이 아니다. "


그런데, 우리는 이사대신 발목까지 오는 롱패딩을 사고, 털신을 사고,

겨울 초입에 은박 충전재로 나무를 둘둘 말아주며 아직까지 파주에 살고 있다.

추위라면 질색팔색인 내가 살면 살수록 파주가 좋아지기까지 하니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박은 뜨거운 게 제맛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