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큐레이터의 불친절한 미술이야기 #3 현대미술-2

낙서와 예술사이

by 씅씅

얼마 전 배우 하지원의 작품 <슈퍼카우 3>이라는 작품이 5백만 원에 팔린 게 화두에 올랐다. 미취학 아동의 낙서 같은 이 그림이 5백만 원이나 한 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샀나 보다. 하지만 작품의 절대적 가치와 가격은 꼭 비례하지 않는다. 아트페어를 가보면 비싼 벽지를 파는 가구상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슈퍼카우 3>과 비슷한 사이즈의 그림이라면 5백만 원은커녕 5천만 원도 쉽게 웃돈다. 최종 판매 가격은 작가의 기존 명성, 마케팅, 네트워킹을 비롯한 수많은 요소가 반영된 시장의 결과일 뿐이다. 5년 전 12만 달러에 팔리고 작년에 6백20만 달러에 팔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이 좋은 사례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미술 시장엔 위작들이 허구한 날 수백만 달러에 팔린다.


(좌) 하지원, <슈퍼카우 3> (사진: 레이빌리지), (우)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사진: NPR)


이런 장난 같은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되어 이슈가 된다 하더라도 미술사의 지도에 남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역사의 심판을 받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지금 당장 판단할 수도 없다. 오늘 5백만 원, 5천만 원에 팔린 그림은 5년 안에 시장통(옥션, 아트페어)을 전전하다 잊히거나 누군가의 창고에서 처분해야 할 고물이 될 수도 있다. 50년 후에도 여전히 처분해야 할 고물로 남아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다만 이런 자극적인 이슈에 현혹되어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놓쳐서는 안 된다. <슈퍼카우 3>나 <코미디언>과 정 반대의 경우로 나는 수묵화가 타이샹저우의 작품들을 떠올린다. 7세부터 서예를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44세에 칭화대 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야 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분이다.


Tai Xiangzhou, Parallel Universe, 2017. Private Collection.

수묵화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후 10여 년 간은 거폭 산수화나 우주경(宇宙景)을 묘사한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고대 청동기 및 옥기를 소재로 하이퍼리얼리즘 수묵화를 제작하고 있어서 지난 2월 우리 미술관에서 최초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Tai Xiangzhou, The Great Way of Auspicious Metal (detail), Private Collection

누군가는 그저 옛날 물건 보고 그냥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 아니냐고 지나갈 수 있겠지만 수묵이라는 매체 특성을 상기하면 쉽게 지나갈 수 있는 그림들이 아니다. 덧칠로 계속 수정하고 다듬어나갈 수 있는 유화나 아크릴화와 달리 수묵화는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타이샹저우가 작년부터 제작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각 작품이 가로 7미터에 달하는 횡권으로 이루어졌다. 종이에 한 번 흡수되면 돌이킬 수 없는 수묵만을 사용하여 이런 하이퍼리얼리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단순한 재현 스킬보다도 치밀한 계산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이퍼리얼리즘 수묵화에 적합한 종이를 제작 및 선별하고 수묵 레이어 사이사이의 건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그 시간을 제외한 순전히 “그리는” 시간만 작품 하나당 최소 50~6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슈를 몰고 고가에 팔리는 것만이 예술이 아니듯, 화선지에 수묵으로 그린 재현적 회화라고 동시대/현대미술이 아닌 것도 아니다. 구매자와 감상자의 취향이 다 다르듯 아티스트의 면모도 다 다른 것이 동시대미술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난 17세기 미술이 더 재미있긴 하다 (예전 글 참조).


(제가 기획한 작은 전시 Affirmation of Stone and Metal에 대한 영문 소개는 이 글​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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