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큐레이터의 불친절한 미술이야기 #4 고흐의 신발

by 씅씅
Vincent van Gogh, Shoes, 1886. Van Gogh Museum, Amsterdam.

여러 학교의 학부 미술사 전공 방법론 수업에서 빠지지 않는 텍스트로 빈센트 반 고흐의 신발 그림에 대한 마르틴 하이데거와 마이어 샤피로의 글이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나 배우는 입장에서도 고통스러운 관문 중 하나다.


하이데거의 글은 1930년대 중반 그의 강연들을 엮은 <예술의 기원> 일부이다. 하이데거는 반 고흐의 신발을 농민의 신발로 상정하고 그 신발을 통해 농민의 노동을 그 토대인 대지와 연결하여 농민 존재의 본질을 논의한다. 존재의 근원이나 전통적 본질에 대한 하이데거의 철학적 집착이 나치 파시즘의 혈토사상과 민족주의와 공명했던 유명한 글이다.


이에 대해 유대인 미술사학자인 마이어 샤피로는 “하이데거의 글은 순전히 나치야!“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대신 1968년에 <사적인 사물화로서의 정물화>라는 에세이에서 하이데거의 반 고흐 신발 그림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미술사학자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비판했다. 당시 파리에서 생활하던 반 고흐는 자신의 신발을 그림 소재로 자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구입한 신발을 일부러 진흙탕에 더럽혀 소재로 사용했던 일을 편지에 남기기도 했다. 즉, 파리 시내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던 화가의 신발을 나치즘에 의해 낭만화된 독일 농민의 삶과 연결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샤피로는 하이데거가 예술가 개인의 감정, 삶, 그리고 당시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고 그림을 철학적 개념의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아마도 나치 이데올로기 정당화의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할 수도 있었던 걸 참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학생들한테 이 골치 아픈 논쟁을 읽히고 토론시키면 하이데거의 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파시즘이냐 아니냐, 샤피로도 너무 개인적 감정에 호소한 거 아니냐, 하며 종종 토론이 산으로 가긴 한다.


지금 보면 샤피로의 의견도 구닥다리로 보일 공산이 있다. 샤피로는 반 고흐에게 그림은 자신의 정체성, 고립감, 불안, 실존적 감정 등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고 본다. 작품에 예술가의 낭만화된 자아를 투사하는 전형적인 60년대식 내러티브다. 물론 대중들에겐 사후에 낭만화된 예술가의 삶은 아직 크게 작용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상설전시실이나 전 세계에서 늘 호황을 이루는 각종 반 고흐 순회전의 한결같은 내러티브가 그 증거다.


하지만 내러티브가 작품을 압도해선 안 된다. 적어도 예술가라는 사람보다 작품 자체를 보기 위해서는.

Vincent van Gogh, Three Pairs of Shoes, 1886-87. Harvard Art Museums.

현존하는 반 고흐의 신발 그림은 8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하버드대학 미술관에 있어서 5년 전 하이데거와 샤피로의 글로 수업을 할 때 그림을 앞에 두고 토론을 할 수 있었다. 그림을 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

- 신발 세 켤래요.

- 하나는 뒤집어졌어요.

- 뒤집어진 신발은 굽이 닳아 보여요. 움직임이 많은 도시인의 삶을 보여줘요.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

다시 묻는다.


이게 뭐지? 이게 정말 신발이야?

그제야 학생들이 자기가 보고 있는 건 신발이 아니라 “그림”임을 깨닫는다.


- 캔버스와 유화 물감의 만남이에요.


그럼 그 순간 학생들이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짐을 나도 느낄 수 있다. 물감과 용매의 작용으로 색채와 질감을 만들어내는 데 왜 고흐가 신발을 선택했을까 묻기도 한다. 배경에 깔린 흰 천이 가져다주는 효과도 달리 보이게 됐단다. 캔버스에 쌓인 물감이 신발로 보일 수 있는 데 까지 축적된 화가의 관찰과 노동에 대한 얘기도 한다.


하이데거와 샤피로의 글은 미술사 전공에 진입한 후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관문 중 하나다. 하이데거가 나치냐 아니냐 따지려고 주어지는 관문이 아니다. 신발이 반 고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논하려고 주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어떤 작품이든 그것이 단순한 재현이나 상징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 과정이다. 그림을 그림으로 볼 때 보는 즐거움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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