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항 펍 투어
단 하루 프랑스에 머물다
2015.08.18 칼레항
자전거 여행 6일 차
Rebecca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두두둑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빠져버린 체인.
출발부터 쉽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손에는 기름 한가득을 묻히고 칼레항을 향해 달렸다.
페리를 타기 위해 대기줄에 서있는데 비에 젖은 탓에 온 몸이 오들 오들 떨렸다.
오늘은 안 되겠다. 돈을 좀 쓰자.
페리에 탑승하자마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마시겠다 다짐하며,
직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 구석에 내 자전거를 기대 두었다.
객실에 올라오자마자 남은 유로를 쓰기위해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시켰고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가는구나. 두 번째 나라를 향해..
사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따뜻한 목욕물에 씻고 폭신한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그때 내 옆 테이블에서 한국인 커플이
내일은 프랑스 어디 어디 박물관을 관광하고 어떤 맛있는 음식점을 갈 거라는 등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곳 갈 수 있다는 게
참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꼭 다음은 몸도 마음도 넉넉해지는 여행을 하겠다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채워줬다. 정말 넉넉하게. 넘치게.
칼레항에 도착하자마자 예정에 두었던 호스텔에 찾아가 체크인을 했고,
빗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카운터로 내려갔다.
꽤나 친절했던 직원이라 그에게 자주 가는 펍을 물었고
몇 가지 리스트를 적은 지도를 들고 나와 중심가를 향해 걸어갔다.
새하얀 우비를 뒤집어쓰고 펍으로 들어가니
펍 주인은 물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날 신기하게 쳐다봤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하루 종일 비를 맞은 탓에 온 몸이 축 처져서
strong 한 맥주 한잔을 쭉 들이키고 싶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chimay 한잔을 달라고 했고
빈속에 맥주를 마신 탓인지 살짝 취기가 올랐지만
그 덕분에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20분쯤 지났을까.
이젠 진짜 배를 채워야겠다 싶어
건너편 펍으로 건너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역시나 비싼 물가의 프랑스.
하지만 온종일 고생한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그중에 조금 비싼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시끌벅적.
외국인들로 가득찬 펍에 나 홀로 앉아
크게 자른 햄버거 한조각과 함께 쭉 들이킨 맥주는
오늘의 피로를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정말 그 값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